[On Stage]"라이온 킹은 잊어라" 무대 잡아먹은 호랑이
'라이프 오브 파이' 벵골 호랑이 생생하게
바다의 일럼임·폭풍우 등 시각효과도 탁월
브로드웨이에서 역대 최대 흥행작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다. 라이온 킹은 1997년 11월13일 첫 공연을 시작해 브로드웨이 전체가 폐쇄됐던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28년째 공연을 이어가며 매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라이온 킹은 퍼펫(인형)을 활용해 사자, 개코원숭이, 멧돼지, 코끼리, 기린 등 다양한 동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바나를 이상적으로 표현해 관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인간의 상상력과 의지가 만들어내는 무대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GS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 무대를 개막한 화제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라이온 킹 못지않은 퍼펫의 매력을 보여준다. 벵골 호랑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다양한 동물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라이온 킹과는 차별화된 퍼펫 무대예술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관람 중 특히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잡아먹는 장면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17세 인도 소년 파이와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을 가진 벵골 호랑이가 태평양에서 277일간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파이의 가족은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다 조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피해 캐나다로 이민을 결정한다. 동물들을 태우고 캐나다로 향하던 중 배가 침몰하고, 파이는 구명 보트에 홀로 살아남는다. 곧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가 함께 구조된다. 얼룩말은 침몰 사고 때 다리가 부러져 꼼짝없이 누워만 있다. 하이에나가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파이의 '안돼!'라는 절규에도 불구하고 얼룩말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얼룩말의 몸통이 뜯기고 핏빛 내장이 뜯겨나오는 순간은 약육강식의 사바나가 눈 앞에 펼쳐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제작사 에스앤코가 왜 이 공연을 뮤지컬도 연극도 아닌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라는 새로운 장르로 규정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공연 과정에서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지 않기 때문에 장르상 뮤지컬은 아니다. 2023년 미국 토니상을 받을 때도 뮤지컬이 아닌 연극 부문에서 수상했다. 하지만 단순히 연극이라고 하기에는 시각효과 등은 여느 대작 뮤지컬 못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이 쓴 '파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소설은 2002년 영국 맨부커상 수상작이며,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은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작해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무대에서 구현하는 과정에서 관건은 여러 동물, 특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파커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였다. 세 명의 퍼펫티어(인형술사)가 구현하는 리처트 파커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퍼펫티어가 불가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시각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들이 구현하는 동물적 움직임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한다.
파커가 구명보트 위에서 침대로 폴짝 뛰어오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 일상에서 고양이가 가볍게 뛰어오를 때의 움직임이 그대로 구현된다. 특히 뒷다리의 마지막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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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침몰하는 장면에서의 폭풍우, 태평양에서 표류하는 과정에서 바다 물결의 일렁임 등 뛰어난 시각효과도 라이프 오브 파이의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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