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모두의 잔치' 展
내년 5월10일까지
산모·아이·출산 용품 전시

순산과 장수를 바라왔던 건 인류의 보편적 특성이다. 노동력이 중시됐던 근대까지 남아선호사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간절한 바람이자 신앙이었다. 속신(민간에 널리 퍼진 일종의 믿음·풍속·금기)이 의학을 앞선 시기, 순산과 아들을 낳기 위한 노력, 백일과 돌을 넘기기 위한 바람은 여러 풍습으로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런 면면을 조명하는 전시 '출산, 모두의 잔치'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3일부터 내년 5월 10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천장에 금줄이 쳐져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나쁜 기운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목적으로,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는 남자아이는 고추, 여자아이는 숯을 꽂아 삼칠일 동안 뒀다고 한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천장에 금줄이 쳐져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나쁜 기운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목적으로,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는 남자아이는 고추, 여자아이는 숯을 꽂아 삼칠일 동안 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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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실 1 입구는 마치 엄마의 자궁처럼 어둡고 긴 곡선으로 속내를 감춘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 위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나쁜 기운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금줄이 걸려 있다.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는 남자아이는 고추, 여자아이는 숯을 꽂아 삼칠일 동안 뒀다고 한다.


전시는 조선 후기 아이를 받는 산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닥에 깔린 짚은 분비물을 받아내는 실용적 용도 외에도 생명력을 상징해 순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다. 옆에는 탯줄을 자를 때 사용한 낫과 가위가 놓여 있다. 염색하지 않은 무명천은 위생을 위해 쓰였고, 문에 걸어 잡귀의 출입을 막는 데도 사용됐다.

조선 후기 산실, 출산 순간이 다가오면 가족들은 산실을 준비했고, 출산 경험이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도왔다. 혹여 임산부와 아이가 잘못될까 출산을 관장하는 산신(産神)을 위한 상을 차리고 금줄을 쳐 산실의 출입을 막았다. 서믿음 기자

조선 후기 산실, 출산 순간이 다가오면 가족들은 산실을 준비했고, 출산 경험이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도왔다. 혹여 임산부와 아이가 잘못될까 출산을 관장하는 산신(産神)을 위한 상을 차리고 금줄을 쳐 산실의 출입을 막았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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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의학보다 속신이 널리 통용됐다. 순산을 위해 날달걀을 먹고 산 송사리를 통째로 삼켰고, 산모 배꼽에 미역을 붙이기도 했다. 아빠의 기운을 얻는다는 뜻으로 산모 배 위에 남편의 옷을 올려두거나, 산모가 남편의 상투를 붙잡고 힘을 주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전통 의학도 민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세종 16년(1434년) 왕의 명으로 편찬된 임신과 육아 관련 의서 '태산요록'에는 임신 중 피해야 할 음식과 어린아이를 돌보는 방법 등이 실렸다. 여아를 남아로 바꾸는 방법도 적혀 있어 남아선호사상을 가늠케 한다. 이 외에도 임산부와 태아 관련 질병 13가지의 처방을 기록한 '구급간이방'(1489), 임신과 출산 과정의 증상과 대처법을 다룬 '동의보감-잡병편 부인'(1610) 등이 전시됐다.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의 풍경을 지나, 산아 제한 정책 시기의 자료를 소개한다. 국가적으로 출산을 제한하던 시기의 포스터와 피임용품 등이 전시됐다. 이후 전시는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던 시대를 넘어, 출산을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시대의 변화를 조명하며 다양한 사회적 모습과 출산 관련 용품을 선보인다.

아버지가 작성한 육아일기. 야심차게 시작해 3일차에서 끝이 났다. 서믿음 기자

아버지가 작성한 육아일기. 야심차게 시작해 3일차에서 끝이 났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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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기 힘든 조산사의 출장 가방과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포대기 등은 색다른 볼거리다. 자녀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아버지의 육아일기 등 50여 명의 사연이 담긴 물품도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염희재 학예연구사는 "기증받은 아버지의 육아일기를 보니 딱 3일치만 작성됐더라"며 "육아가 쉽지 않았다는 증거 같아 측은하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더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와 백줄을 누벼 만든 백일옷. 서믿음 기자

사진 왼쪽부터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와 백줄을 누벼 만든 백일옷.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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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갓난아이가 백일이나 돌을 넘기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백일과 돌을 성대하게 치렀다. 전시장에는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와 백줄을 누벼 만든 백일옷이 전시됐다. 완전수 '100'을 상징하며 아기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아이 아버지가 주변인 천 명에게서 한 글자씩 받아 돌상에 올린 책 '천인천자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넷째 아이의 돌을 기념해 아버지가 발품을 팔아 만들었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당시로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보기 드문 '빅 이벤트'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아이 아버지가 주변인 천 명에게서 한 글자씩 받아 돌상에 올린 책 '천인천자문'. 서믿음 기자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아이 아버지가 주변인 천 명에게서 한 글자씩 받아 돌상에 올린 책 '천인천자문'.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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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말리 보보족의 가면, 인도의 순산 기원 의례인 발라이카푸, 다산을 기원하는 페루 파차마마 신상 등 세계 14개국의 출산 풍습도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생물학적 출산 외에도 입양 등 한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태어남의 방식'을 다각도로 살핀다.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출산과 탄생 경험을 남기는 참여 공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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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의 가치를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출산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경험이자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온 문화"라며 "'출산, 모두의 잔치'가 생명과 돌봄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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