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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왜 지금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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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마포구청장 기고
제도 운영 방식 개선해야 속도 빨라져
공급방식 바꾸고 소형 평형 촘촘히 공급해야

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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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시작해 입주까지 평균 18년6개월이 걸린다는 서울시 조사 결과가 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긴 시간을 한 세대가 두 번 이사를 가고, 고령 주민은 은퇴 시기를 지나서야 새집에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이 정도면 '사업의 지연'이 아니라 '삶의 지연'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제도 자체보다 제도 운영 방식에 있다. 정비사업은 동의율, 노후도, 기반시설 요건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요건 충족 후에도 행정 재량에 의해 '된다' '안 된다'는 판단이 다시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도 또 다른 '보이지 않는 문턱'을 넘으라고 요구받는다.

정비사업 추진 여부는 이해당사자인 주민과 사업 주체의 영역이다. 공무원의 역할은 요건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심사하고 지체 없이 인허가를 처리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인허가가 '공무원의 권리'처럼 여겨지면서 가장 안전한 선택은 '부결' 혹은 '보류'가 되어 버렸다. 그 사이에 노후 주거지의 안전 문제, 슬럼화, 주거비 부담은 모두 주민 몫으로 남는다.


집값 문제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가 주택시장 안정과 직결되지만 현장에서는 엄격한 안전진단, 과도한 용적률·층수 규제, 복잡한 교통·환경 심의가 공급 속도를 가로막았다. 결국 집값은 규제와 기대가 뒤섞여 더 불안정해졌다.


노후 지역의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분명하다. 첫째, 용적률·층수 규제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면 사업성은 떨어지고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 서울시가 용적률을 상향해 정체된 사업을 다시 움직인 사례는 이를 방증한다. 둘째, 과도한 사전 규제와 심의로 일정이 과도하게 늘어난다. 정부가 '원스톱 심의'와 '사전·병행 처리'를 추진하는 이유다. 셋째,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경직적 운영이다. 개발이익 억제 목적을 넘어 집값 억제 수단으로 쓰이면서 지정은 쉽게, 해제는 어렵게 운영돼 거래 위축과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가장 큰 피해는 현장에 사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공급 방식에 대한 접근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은 고층 대단지 아파트와 임대 주택 중심의 공급구조가 강하지만 사회가 초고령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형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이 도심에 소형 분양·'마이크로 주택'을 공급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사례처럼, 우리도 감당 가능한 분양가의 소형 평형을 촘촘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법적 요건을 충족한 사업은 지체 없는 인허가를 원칙으로 하고, 단계별 처리 기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공무원의 재량을 줄이고 표준화된 기준·매뉴얼로 일관된 심사를 해야 한다. 용적률·층수 규제는 기반시설과 공공기여 수준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상향하되, 늘어난 용적의 일부는 임대·공공자가·청년·고령자용 소형주택 등 공공성 있는 물량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 토허제는 본래 취지인 개발이익 억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제는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요건을 충족했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신속히 처리할 것인가'로 질문 방향을 바꿔야 한다.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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