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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관세, 조선·에너지 안보 흔드는 '비가시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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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제조업 시스템 전반에 압력
관세 협상 여지는 여전히 제한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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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충격이 한국 제조업 생태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철강업계의 수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부각되지만, 실제로는 조선업의 원가 구조와 경쟁력, LNG(액화천연가스)선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 산업용 전력 수요 등 국가 제조업 시스템 전체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철강 관세 협상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인하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실제 미국의 정책 환경과 산업전략을 감안하면 협상이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7억8958만달러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영향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만 약 4000억원에 달한다는 국회 자료도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두 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12월 납부해야 할 대미 관세는 총 2억81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이는 두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에 거의 맞먹는 규모다. 외신 역시 "한국 철강사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수익성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이 철강업의 손익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조선업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 중심의 수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고, 이 과정에서 한국산 고강도 후판재는 핵심 경쟁력의 한 축이었다. 하지만 대미 수출 급감과 고율 관세 장기화가 철강사들의 생산 조정으로 이어지면, 후판 단가 불안정(상승 가능성)과 조달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조선 경쟁력의 절반을 결정하는 소재"라며 "철강 생산 구조가 흔들리면 LNG선 같은 고가 선박에서 원가 충격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철강 충격이 조선업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충격은 조선에서 다시 에너지 공급망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조선사가 건조하는 대형 LNG선은 해외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운송 인프라로, 선박 건조비 상승은 프로젝트 타당성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산업계 한 인사는 "LNG선 가격 상승은 해외 가스전 투자 구조를 흔들 수 있다"며 "결국 철강 관세는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까지 위협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전력 수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은 전기로(EAF) 방식 비중이 높아, 산업용 전력 수요의 핵심 축을 이룬다. 철강 생산이 줄어들면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 지역 전력망 운영 불안, 한전 요금체계 조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 관세가 전력·산업 시스템까지 흔드는 연쇄 파장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나와 "철강 관세 협상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조선 협력과 한국산 철강재 사용이 늘어나 선박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지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며 "조선·에너지·투자 협력 패키지를 통해 관세 조정 논의를 열어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조선·철강·투자 협력을 하나의 묶음으로 활용해 '전략적 레버리지'를 만들려는 구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세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먼저 미국은 철강 관세를 동맹·비동맹 가리지 않는 산업 보호의 핵심 도구로 사용하고 있어, 한국만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김 장관 역시 "미국도 한국만 예외로 두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철강 보호가 트럼프 2기 산업전략의 중심축이라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싣는다.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하며,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그 핵심 정책 패키지다. S&P글로벌도 "한국 철강사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단기 변동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관세 협상과는 별개로 후판 공급망 안정화, 조선-철강 동반 전략, 산업 전반의 원가·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한국 제조업 시스템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의 협상 기대보다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구조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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