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처벌 근거 마련해 법정최고형 적용
스토킹·리벤지 포르노 등도 강경 대처

이탈리아가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기본적으로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도입했다.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탈리아 여성 살해 피해자 추모 행사.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여성 살해 피해자 추모 행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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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회는 여성을 살해한 사람을 종신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새로 담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하원 최종 표결에서 중도우파 여당과 중도좌파 야당의 초당적 지지 속에 찬성 237표를 얻으며 통과됐다.

사형제 폐지 국가인 이탈리아에서는 종신형이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기존 이탈리아 형법에 따르면 살인죄의 경우 징역 21년 이상에 처하되, 성폭행 과정에서 살인하는 등 죄질이 나쁠 때 종신형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안은 여성 살해의 경우 기본적으로 종신형에 처하도록 해 처벌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새 법안에는 스토킹, 보복성 음란물 유포 등 행위에도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법률 도입은 이탈리아에서 여성 살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2023년 11월 여대생이던 줄리아 체케틴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전 남자친구는 이별을 고한 체케틴을 수십차례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도랑 바닥에 유기해 이탈리아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지만, 당시 전국적으로 여성 폭력 반대 시위가 촉발되는 등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그해 이탈리아에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를 합친 페미사이드(femicide)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이탈리아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어 사회적 분노를 키웠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에만 106명의 여성 살해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가운데 62건이 현재 또는 전 연인이 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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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우리는 반(反)폭력센터와 보호시설 예산을 배로 늘리고 긴급 전화를 확대했으며, 혁신적 교육 및 인식 제고 활동을 벌였다"며 "이는 진전이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고 매일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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