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진행 시 내란 혐의 첫 판단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1심 재판 최종 심리에서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운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는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고통과 혼란을 겪은 국민에 사과한 후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고, 전력을 다하는 게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길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 순간 기억은 맥락도 없고 분명하지 않다"며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내란 우두머리 방조·내란 임무 종사 혐의를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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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총리의 변호인도 비상계엄 선포가 곧 내란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총리가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 이외에는 저지할 수 있는 헌법·법률상 의무나 규정이 없다고 방어했다.


방조범의 경우 정범의 범죄행위를 고의적으로 협력할 의사를 갖고 돕는 경우 성립되는데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고의적인 협력 의사도 없었으므로 범행을 도운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특검팀의 재판 중 공소장 변경도 문제로 삼았다. 특검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한 후 재판 중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했는데, 구체적인 사실관계 변경 없이 이뤄진 데다 형법상 공범 개념인 방조를 적용했다가 종사까지 추가한 것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변호인들은 방조는 간접·보조적 행위, 중요 종사는 적극·능동적 행위를 전제로 하며, 둘 다 가능하다는 식의 공소장 변경은 실질적 방어권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해왔다.


세부적으로도 내란 방조는 행위 인식과 방조의 고의성, 내란 종사는 모의 참여·지휘 등 행위가 있어야 성립된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논의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했다는 주장도 부각했다.


내란죄는 필요적 공범이 적용되며, 내부자 사이에선 공동정범, 교사범, 방조범(모두 공범에 포함)이 성립할 수 없다는 학설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필요적 공범이란 구성요건 자체가 이미 2명 이상의 참가나 단체의 행동을 전제로 성립하는 범죄다. 즉, 내란죄는 범죄 구성에 여러 명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다수인이 동일한 방향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공동으로 작용하는 '집합범'이다. 다만 내란죄는 참가자의 기능·지위·역할에 따라 법정형에 차등을 둔다.


이처럼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 부화수행으로 나뉘고 법정형을 달리 하는데 내부자 사이에 방조범 개념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한 뒤 폐기한 혐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이날 한 전 총리를 향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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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종결하고 내년 1월 21일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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