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폐지 후 '사전기획점검' 도입…R&D 심사체계 대전환
오태석 KISTEP 원장 "속도 높이되 남발 막을 견제장치 필요"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면서,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폐지되고 '사전기획점검' 체계가 새롭게 도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형 연구개발 예산 심사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과학기술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역할과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태석 KISTEP 원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이 통과되면 즉시 발효되고, 그 체계 아래에서 2027년도 R&D 예산을 짜야 한다"며 "속도를 높이되 예산 남발을 막기 위해 사전기획점검과 국회 보고 등 견제 장치를 함께 두는 구조"라고 밝혔다.
"예타 폐지, 속도 개선…그러나 남발 방지 장치 필수"
그동안 국비 500억·총사업비 1000억 이상 대형 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 예산에 반영됐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전기획점검을 거쳐 바로 예산 반영이 가능해진다.
오 원장은 "예타가 평균 2~3년 소요되며 기술·시장 변화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누적돼 왔다"며 "새 체계는 적시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부처가 제출하는 신규 사업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분명하다"며 "그래서 점검 결과를 국회에 공식 보고하도록 해 남발을 통제하는 장치를 넣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산 총량과 부처별 지출 한도가 엄격히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기존 사업 정리와 우선순위 조정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KISTEP 역할, 독립 예타기관에서 예산 프로세스 파트너로"
예타 폐지로 KISTEP의 위상과 역할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통과·미통과'를 판단하는 독립 평가기관이었지만 앞으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사전기획점검을 운영하는 예산 프로세스의 일원으로 움직이게 된다.
오 원장은 "KISTEP이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될지는 정부와 조율 중이지만, 사전기획점검 운영의 핵심축이 될 것"이라며 "기존 예타 과제는 법적으로 계속 수행해야 해 단기간 인력 전환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기존 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며 시스템을 다듬어야 한다"며 "제도 첫해에는 부처와 기관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D에서 R&I로…연구가 혁신까지 이어지는 구조 필요"
오 원장은 제도 개편을 계기로 정부 R&D 정책 전반을 'R&I(Research & Innovation)'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응용·개발 연구가 산업·시장과 단절된 채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증·상용화·시장 진입까지 연결되는 패키지 정책이 기술주도 성장을 이끈다"는 설명이다.
KISTEP은 예산 배분·조정 단계에서 R&I 관점을 반영하기 위한 전략 포럼과 정책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 원장은 "과학기술기관과 산업정책기관이 따로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며 "기술 성과가 산업 성과로 이어지려면 산업·금융·국방·규제기관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R&D 집행 결과를 2년 뒤에야 확인하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인재·고용·지역혁신 등 주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딥테크 금융생태계는 필수 조건"
양자·SMR·핵융합 등 대규모·장기 투자가 필요한 딥테크 분야를 위해 금융권과의 구조적 연계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벤처캐피털이 고위험·고비용 영역을 과감하게 투자하지만, 한국 금융권은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며 "과학계와 금융권이 서로 이해하고 연결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4세 아들, 밖에만 나가면 코피 쏟는다"…한국인 '...
그러면서 오 원장은 "예타 폐지는 단순히 심사 절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R&D 거버넌스를 재편하는 일"이라며 "KISTEP이 전환기의 중심에서 책임 있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