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 대한항공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손배소 기각
대법원이 대한항공 직원들이 회사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부당하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정년이 법적으로 연장된 것일 뿐인데 회사가 이를 고리로 실질적 임금 삭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정년이 늘어난 것은 법 때문으로, 회사는 '정년 연장=임금 삭감'이 자동 연동되는 것처럼 했지만 이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적 임금 감액이라고 했다.
"정년연장형 임피제, 합리적 사유"
1·2심 "총보수 증가 감안
손해 단정 X, 연령차별X"
항소심도 동일 논리 유지
대법 심리불속행
원심 전부 확정
대법원이 대한항공 직원들이 회사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임피제)가 부당하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정년을 56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6세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한 조치는 합리적 사유가 있어 연령차별이 아니라는 하급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9월25일 대한항공 직원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이유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 호의 사유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본안 심리를 생략하고 상고를 즉시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판단을 한 것이다. 이는 본안 심리 없이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는 결정이다.
이 사건은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법령이 시행되면서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맞춰 정년을 기존 56세에서 60세로 4년 연장하되 인건비 총액 급증을 막기 위해 노조와 합의해 임피제를 도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노동조합은 56세는 기존 임금의 90%, 57세는 81%, 58세는 72.9%, 59세는 65.61%로 감액하며,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 조치는 2015년 말 노사 교섭·협약 조정을 거쳐 확정됐고, 연공급 중심의 항공업 특성을 감안해 이뤄졌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정년이 법적으로 연장된 것일 뿐인데 회사가 이를 고리로 실질적 임금 삭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정년이 늘어난 것은 법 때문으로, 회사는 '정년 연장=임금 삭감'이 자동 연동되는 것처럼 했지만 이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적 임금 감액이라고 했다. 이 결과 손해(임금·퇴직금 감소분 합치면 1인당 4000만~7000만원)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특히 원고들은 "정년이 늘어났다고 임금을 깎는다는 논리는 형평에도 맞지 않고 노동법상 합리성도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대한항공 측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8월23일 선고된 1심에서 재판부는 "정년연장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가 현저히 증가하는 만큼 임피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고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정년이 56세에서 60세로 연장됨으로써 전체 근속기간 증가와 그에 따른 총보수 증가가 나타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임금 조정으로 실질적 손해가 단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임금·퇴직금 감소액(최대 7000만원대)도 모두 검토했지만 "감액분만을 떼어놓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1심은 원고 전원 패소를 선고했다.
올해 5월30일 선고된 2심에서도 원고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항소이유는 1심 주장과 동일하다"며 1심의 핵심 판단을 모두 그대로 인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피제는 연령차별이 아니며 합리적 사유 있는 조치"라는 1심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고, 대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했다. '임피제는 합리적 조치'라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4세 아들, 밖에만 나가면 코피 쏟는다"…한국인 '...
기업과 공공기관이 대거 정년연장형 임피제를 시행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향후 유사 소송에도 상당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3~65세로 늘리는 법안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기업의 '정년연장형 임피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조인선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현재 정책 기조인 법적 정년연장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임피제 논의와 맞물려 갈 것"이라며 "만 63~65세로 정년이 연장되면 임피제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