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
누설죄 성립 안 돼…첫 명시적 판시
단체대화방 게시된 이름·동·호수
주민들 “동의한 내용…누설 아냐”

“카톡방에 이름·동·호수 올려도…주민 동의 있었다면 누설X” 대법, 2심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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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의 이름·동·호수를 단체대화방에 올렸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행정사에게 대법원이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면 개인정보 누설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대법원이 '사전 동의가 있으면 개인정보 누설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행정사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한 행정사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 주민 280여 명으로부터, 인근 현대건설 공사로 인한 피해 보상 논의를 위임고 주민들의 실명과 동·호수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각 주민의 실명과 동·호수를 언급해 게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업무 목적 범위를 벗어난 게시 행위"라며 일부 유죄(벌금 50만 원)를 인정했고, 2심도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및 제71조 제5호의 문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법 목적 등을 종합해 "정보주체가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는 이를 개인정보 누설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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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주민들이 "카톡방에서 자신의 이름과 동·호수가 사용되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주민들은 실제로 원심에서 "우리 개인정보를 누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발 사실도 몰랐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탄원서)를 내도 했다. 또 사건 고발은 주민이 아닌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단독 고발로 이뤄진 점, 피고인이 일부 개인적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동의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원심의 법리 오해를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개인정보 누설죄의 요건을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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