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 접수로 중단
취재 시작되자 경기교육청 조달청에 평가 일정 진행 요청
자의적 해석으로 중소기업간 경쟁입찰 예외 적용…지난해 KT 컨소시엄 수주
경기교육청 출신 운영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광통신 FTTH 방식 고집…타 시도 2~3배 예산 편성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이 추진 중인 수천억원대 '초·중·고 학내 통신망 고도화 사업'이 입찰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돼 두 달째 공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경기도교육청은 관할 조달청에 소송을 이유로 연기했던 평가 일정을 서둘러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발주 단계부터 대기업 특혜 발주 논란이 있었던 해당 사업은 특정 기술 방식 채택에 따른 예산 낭비 지적과 함께 경기교육청 출신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전경.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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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경기교육청이 인천지방조달청을 통해 공고한 '2025년도 1차 학교 유무선 네트워크 개선 사업(장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복수의 유·무선 통신기 제조 및 정보통신공사업체 등은 같은 달 24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입찰 절차를 진행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입찰 절차 속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이후 인천지방조달청은 정정공고를 내고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 사업자들에게 '소송이 진행 중이라 평가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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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인천지방조달청 관계자는 "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평가 일정을 미룬 것이지 입찰 절차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며 "소송 결과가 나오면 규정에 따라 이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일 한 차례 심문기일이 열렸지만, 이후에도 한 달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입찰 절차는 두 달 가까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경기도교육청이 가처분 신청 사건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서둘러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인천지방조달청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인천지방조달청 관계자는 "최근에 조달을 요청한 수요기관인 경기도교육청에서 사업 예산 집행 문제와 공사가 방학 중에 진행돼야 수업에 지장이 없다는 등 사유를 들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가 법원에서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오면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기다렸다가 그 결과에 따라 이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겠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요청이 있었고,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한 결과 가처분 신청 사건이 접수되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절차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아서 곧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입찰 절차의 계속 진행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입찰 절차를 진행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와 업계 반응이다. 특히 지난달 1일 열린 심문기일 때 재판부가 인천지방조달청 측에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절차를 중지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인천지방조달청 측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는 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품목 예외 적용…대기업 특혜 논란

경기교육청은 최근 교육자료로 격하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서비스 확대를 고려해 노후된 학내 유선망 통신인프라를 개선하겠다며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4개 학교를 대상으로 175억원 규모의 장비 구축 사업이 이미 진행됐고, 올해 다시 296개 학교를 대상으로 536억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노후 케이블 철거 및 10G 속도 기반 통신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230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인데다가 장비 구입비용 외에 들어가는 설계·공사·감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향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사업이다.


KT 방배 사옥. 연합뉴스

KT 방배 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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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의 핵심은 교실의 영상이나 데이터 신호를 센터로 전송하는 '광다중화장치'를 교실마다 신규로 도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광다중화장치'가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상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할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임에도 경기교육청이 예외 사유를 들어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발주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진행된 사업에서는 KT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경기교육청은 판로지원법 시행령 제7조 1항 4호의 '특정한 기술·용역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의 제외 사유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사업은 신설 학교의 단순 물품 초기 납품·설치 사업이 아니라 스쿨넷 장비와 광수신기 등 신규 장비 간의 연계 구축과 학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기존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무중단을 보장하고 ▲노후 정보통신설비의 안전한 철거와 구축 후 7년간 기존 무선망, 스쿨넷, 학교 10G 인터넷 서비스망 사업자와 협업하며 지속적으로 학교 인터넷 품질을 개선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의 이 같은 설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 다수의 얘기다. 애초부터 광다중화장치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장비로 특정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고, 유지·보수도 중소기업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데 대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의적으로 예외 사유를 적용해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처분을 신청한 업체들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이 사건 입찰공고의 입찰참가자격과 공간재구조화 리모델링 통신공사 직접구매자재(광다중화장치) 구매 입찰공고의 입찰참가자격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며 "신설 학교의 학내망 구축이든 노후망 개선이든 동일한 기술과 용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청인들은 "경기교육청은 중소기업의 사후 지원 역량을 문제 삼으며 사후 지원을 위해 특정한 기술·용역이 필요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이 사건 사업과 동일한 내용으로 2024년에 진행됐던 1차 사업에서 KT가 제출한 사업 수행계획서를 보면 공사를 담당하고 하자 보수를 위해 상주하는 인력이 소속된 회사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었다"며 "중소기업이 사후지원 역량이 부족해 대기업의 기술·용역이 필요하다는 해명은 거짓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적격요건을 충족하면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지는 공개입찰 대신 기술평가 배점이 절대적인 '협상에 의한 계약'을 통해서 중소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배제하고 대기업에 이 사건 사업을 몰아주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신청인들은 "설사 장비의 하자보수나 운영관리 등에 특정한 기술·용역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않은 노후 장비 교체 부분은 분리발주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법령상 제품 직접구매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거쳐야 할 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과의 협의도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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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통신 FTTH 방식 고집…학교당 수억원 추가 지출

이번 사업은 대기업 특혜 발주 논란 외에도 특정 기술 방식을 고집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업에 학교당 평균 3.5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기도교육청이 타 시도 교육청과 달리 댁내 광케이블(FTTH. Fiber To The Home)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 광주, 제주, 경남 등 다른 시도 교육청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검증한 소프트웨어 기반 학내망 관리체계(SDN. Software Defined Networking) 방식으로 동일한 사업을 학교당 평균 약 1.5억원의 예산으로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의 FTTH 방식은 교실별 광케이블 포설, 광수신기 설치, 전기설비 및 기존 망 철거 등 대규모 추가 공사를 수반한다. 이로 인해 학교당 예산이 타 시도 대비 평균 2억원가량 추가로 편성됐으며, 전체적으로 약 4600억원의 예산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 고집이 막대한 장비 및 자재 도입을 수반해 결국 참여 업체 간의 이권 쟁탈 경쟁을 초래한다며 근본적인 사업 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전문가는 "타 시도 교육청이 이미 성공시킨 지능형 학내망(SDN) 기술을 채택하면 약 46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며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불필요한 대기업 하도급 구조를 탈피하고, 경기 활성화와 예산 절감을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직 경기교육청 직원 운영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한편 지난해 사업을 수주한 KT 컨소시엄에 전직 경기도교육청 교육공무원이 운영하는 업체 T사가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돼 올해도 KT와 함께 T사의 제품이 도입돼 사업을 따낸다면 향후 경기교육청이 추진할 다른 사업도 수주할 가능성이 커 '제 식구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T사가 경기교육청 출신 인사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며 "일각에서는 향후 확대될 사업 및 유지·관리를 독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학교별로 T사의 제품을 KT를 통해 추가 제안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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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날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질문에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해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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