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 뒤엔 막대한 지출 우려
'비용 폭탄' 다가오나 수익 실현 의문
과도한 주식 신뢰 경계해야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의 1면 기사 제목이 "기술주, 인공지능(AI) 때문에 1조2000억달러 매도세"였다. 며칠 뒤에는 다른 곳에서 "기술주가 밝은 월가 위의 유일한 먹구름"이라는 논평도 나왔다. 기상 예보관들이 보면 부끄러운 수준의 단순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AI와 기술주가 마치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신'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 존재라서 하늘이 계속 맑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할 뿐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어리석다. 날씨에 비유하면, 만약 비가 한번 오기 시작하면 제대로 쏟아질 수가 있다.
그리고 가장 강하게 비가 쏟아질 곳은 월가다. 미국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 혜택을 볼 수 있는 일본 증시가 잠시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그곳에도 곧 태풍이 밀려갈 것이다.
기술주가 단 일주일 만에 1조달러를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가오는 폭풍을 피해 숨으려는 사람들이 생기기에 충분하다. 이때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장부상 자산'이 아니다. 주가 폭락으로 인해 생기는 부의 감소 효과는 경제와 금융 전반으로 퍼져나가 진짜 피해를 만든다.
전 세계 약 770개 기술주의 시가총액을 모두 따지면 1조달러 매도가 꼭 엄청난 재앙처럼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AI 칩 회사 엔비디아는 최근에 혼자서 5조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격한 주가 하락 외에도 무엇보다 AI 분야의 미래 이익 전망이 불안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 상황은 약 25년 전 IT(정보기술) 버블 때와 닮았다. 당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너무 높게 치솟아 있었고, 실제 이익 전망을 훨씬 앞서 나가 있었다. 어떤 회사들은 실적이 적자였는데도,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그 결과 IT 버블이 터졌고, 대부분의 다른 주식도 함께 무너졌다.
지금 기술 기업들의 총매출은 약 3조5000억달러이며,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들의 미래 지출 전망이다.
JP모건은 앞으로 AI 투자 지출이 수조달러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투자 대비 수익을 맞추려면 엄청난 매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JP모건은 "우리가 2030년까지 예측한 AI 투자에 대해 연 10% 수익을 내려면, 매년 약 6500억달러의 매출이 영원히 나와야 한다. 이것은 놀라울 정도로 큰 규모"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과연 AI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준비가 돼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새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그 자금을 계속 투자할 의지가 있을까? 은행들도 이런 불확실한 투자에 대출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자자와 은행 모두 AI와 기술 산업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릴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AI와 비슷한 매력을 가진 다른 분야를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소비재 관련 기업은 어렵다. 미국 중산층의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력이 없는 자본재 기업이나, 돈이 많이 드는 기후변화 대응 산업이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
사실 주식시장은 늘 '다음에 올 큰 것'을 찾아 움직이는데, 요즘 AI는 새로운 기회보다는 부담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를 감지한 일부 투자자들이 조용히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곧 '다 함께 도망치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음 '큰 것'이 될 분야가 국방 산업일 수도 있다. 일본, 유럽 등 여러 나라가 국방비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기 회사들에는 호재지만, 동시에 국가 재정적자가 더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정적자 증가는 결국 채권·주식 시장 모두에 나쁜 소식이다.
이상의 모든 흐름은 그간 고공 행진하던 주가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월가의 과열은 전 세계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하지만 상황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주식시장 폭락은 장부상의 부만 줄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실제로 가난해진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이나 현금 보유를 늘린다. 그렇게 되면 미래 투자는 더 꺼리게 된다. AI든 다른 산업이든 마찬가지다.
앞으로 올 시장 붕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보고서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내놓는다. 보고서는 "세계 금융·통화 시스템의 약점은 각 나라의 금융 정책이 만들어내는 '과도한 금융 탄력성'을 증폭시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불균형이 커지고, 결국 금융 위기와 경제 충격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또다시 큰 금융 위기가 와야만 각 국가가 올바른 정책을 고민하게 될까? 과거를 보면 그렇다. 그리고 최근 기술주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특히 미국에서는 주식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앤서니 로울리 아시아지역 경제·금융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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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ith AI looking increasingly like a liability, a storm is coming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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