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체질·구조 확 바꾼 삼성, 韓 바이오 생태계도 바꿀까

분할 앞두고 ADC·AI 신약 협력 가속
프로티나·인투셀·프론트라인 협력
국내 바이오 벤처 자금조달에도 '훈풍' 기대

편집자주삼성그룹의 바이오 부문이 마침내 양날개를 펼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위탁개발생산(CDMO) 수익성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쪽 날개라면, 신약 개발·투자라는 새로운 전략에 집중할 신설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다른 한쪽 날개다. 인적분할을 통해 완성된 이 같은 구도는 삼성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및 성장성을 크게 끌어올림과 동시에 '데스밸리(Death Valley)'에 봉착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바이오텍 생태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셀트리온 등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의 투자 확대와 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바이오 기술 플랫폼 기업의 조(兆)원 단위 기술이전 성과에 맞물려 투자시장 전반의 온기를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분할은 분리가 아닌 확장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다음 장을 여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아시아경제는 삼성바이오의 인적분할을 산업 생태계, 경영, 투자 등 관점에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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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개 편 삼성바이오]③체질·구조 확 바꾼 삼성, 韓 바이오 생태계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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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의 이번 인적분할과 지주사 출범은 한국 바이오 생태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공식 출범과 함께 내건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 기조가 생태계 활성화, 자금 조달 시장 활력 제고 등으로 이어지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국내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벤처 인투셀과 함께 5개 항암 타깃의 신약후보를 공동개발 중이며,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와도 차세대 ADC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는 등 분할 전부터 ADC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법) 협력을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인 프로티나와 함께 AI 기반의 신약 개발에 나서기로 하고 2027년까지 신약 후보 물질 10종을 발굴하기로 했다.

[양날개 편 삼성바이오]③체질·구조 확 바꾼 삼성, 韓 바이오 생태계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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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특히 파이프라인과 페이로드(약물) 라이선스를 사들인 것이 신약 개발 투자에 대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기존 항체의약품뿐만 아니라 이중항체, ADC 등 새로운 모달리티를 중심으로 투자 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시장에서 삼성바이오와의 협업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AI 신약 개발 협업을 하는 프로티나의 주가는 상장(올해 7월29일) 이후 넉 달 새 285% 상승했고 ADC 분야 협력 대상인 인투셀은 상장(올해 5월23일) 이후 약 78% 올랐다. '삼성 프리미엄'의 힘이 투자·조달 시장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입증된 결과다.


국내 바이오텍들의 자금조달 환경도 이번 변화로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기술특례 상장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증권시장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2022~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바이오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많은 기업이 임상 자금난을 겪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2021년 1조677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8844억원까지 떨어지며 급격한 냉각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에도 1조695억원에 그치며 반등이 미약해 '바이오 VC 자금줄이 사실상 막혔다'는 우려가 커졌다.

삼성 바이오의 신약 개발 투자가 본격화하면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은 물론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유망 바이오텍에 '지분 투자→후속 투자→인수'까지 이어지는 연속형 투자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즉, 예전처럼 신약 한 건으로 한 번에 자금 조달을 하는 단발성 기업공개(IPO)보다, 임상 단계마다 가치 상승에 따라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삼성이 국내외에 투자·인수합병(M&A)을 확대하고 글로벌 얼라이언스(협력·제휴사)를 국내로 끌어들이고, 국내 신약 기술도 해외로 팔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 제약·바이오산업도 글로벌화되는 것"이라며 "삼성의 변화는 기존 제약사들과 자금력 있는 이종 산업계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바이오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동기도 마련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또 다른 축인 셀트리온도 투자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한 회사와 실질적인 M&A 협의를 진행 중이며, 여러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하고 있다"며 "연내에는 누가 인수할지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위한 펀드도 확대한다. 서 회장은 "현재 50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인 협업 펀드를 2027년까지 1조원까지 키우겠다고 정부에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은 이달 초에는 미국 카이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2종을 라이선스 인(기술도입)하기도 했다. 마일스톤(기술료)을 포함해 총액 1조620억원 규모의 계약으로 셀트리온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퍼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 경쟁 의지를 보인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출범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적기'에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그랩바디-B',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전환 기술 'ALT-B4',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등은 이미 수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통해 한국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플랫폼 기반 사업이 다양한 질환 영역에 적용 가능하고 연구개발(R&D)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 글로벌 협업 확대에 유리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런 시점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플랫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국내 기술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하고, 신약 및 차세대 모달리티 개발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는 결정적 발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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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자본 축적이 된 시점에서 핵심 전략은 M&A·라이선싱·벤처투자가 될 것"이라며 "삼성이 움직이면 다른 대기업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자본 경쟁이 촉발돼 국내 바이오 시장 전반에 투자 훈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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