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추진 형법 배임죄 폐지 땐
법인형 빌라왕 사건 처벌 구멍
지급 전용·보증금 유용 사기죄만으론
의율 되지 않아
핵심 죄목 빠지면 기소 자체 어려워져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형법상 배임죄 폐지'로 수 년간 전국을 강타한 '법인형 빌라왕' 사건에 처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기죄만으로는 포섭되지 않는 법인 보유 수십·수백 채 규모의 대형 전세사기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피해액 760억원),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경기 남부권 165채(354억원 상당) 법인형 임대사업 사기 등 최근 대형 전세사기 사건은 공통적으로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됐다. 모두 임대법인 명의로 수백 채를 소유한 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법인 계좌로 받았거나 법인과 연관된 구조여서다.
법인 대표들은 법인 계좌로 들어온 보증금을 토지 투자·태양광 사업·개인 생활비·카드깡 등 법인의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전용했다. 법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경우인데, 그동안 검찰은 이 경우 사기죄 뿐만 아니라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시켜왔다.
법인 내부에서 벌어진 자금 전용과 보증금 유용은 사기죄만으로 의율되지 않아 업무상 배임죄까지 적용시켜야 처벌이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은 법인 재산 수백억원을 전용한 경우 포섭되는 핵심 죄목"이라며 "배임이 빠지면 기업형 전세사기에서 범죄의 절반은 기소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김민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34기)은 검찰내부망에 올린 글에 "배임죄 폐지 시, 전세사기에서 임대차 위탁관리 회사가 임대인 모르게 임대료를 더 받아 챙기거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사건 등 기존에 배임으로 처벌되던 유형을 다룰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배임죄 폐지 시 전세사기 범죄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피해자 수백 명, 피해액 수백~수천억 원에 달하는 '법인 중심형 전세사기'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력에도 제한이 생길 것이라 지적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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