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서울시 시뮬레이션상 경관 훼손 없다고 주장
국가유산청, 종묘 하늘·시야·축선도 유산 가치
유네스코·주민까지 각기 다른 논리로 충돌

종묘 인근 재개발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종묘 너머로 세운4구역 재개발 지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종묘 인근 재개발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종묘 너머로 세운4구역 재개발 지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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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종묘는 조선 왕실의 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최근 맞은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개발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35~40층 규모의 고층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되자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유네스코까지 갈등에 뛰어들며 논쟁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일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자 시는 곧바로 고도 완화 계획을 고시했다. 이에 유네스코는 '승인 절차를 중단하고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먼저 진행하라'는 공식 외교문서를 한국 정부에 보내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 도심의 고층 개발 문제가 세계유산 제도와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20년 가까이 정비가 지연된 주민들의 사정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은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으며, 2023년 조례 개정으로 건축 가능 높이가 크게 상향됐다. 시는 종묘·청계천·남산을 잇는 녹지·보행 축을 마련하고, 그 주변에 글로벌 기업을 위한 업무·주거 복합 건물을 세우는 '도심 재창조 계획'을 내놓았다.

오세훈 시장은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공개하며 "100~150m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경관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세운4구역은 정전의 핵심 시야각인 30도 범위 밖에 있어 시각적 훼손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지주들 역시 오랜 지연으로 금융비용만 수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며 고도 완화는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 참석,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 참석,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된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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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가치는 건물 자체를 넘어 시야, 낮은 스카이라인, 공간의 여백까지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140m대 건물이 들어설 경우 이러한 핵심 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완료되면 세계유산 영향평가(HIA)를 공식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종묘는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될 당시 제례·제례악뿐 아니라 주변 경관과 하늘의 비율까지 탁월한 가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행 법상 세운4구역은 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며 완충구역이 고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의견 충돌은 결국 유네스코의 직접 개입을 불렀다. 유네스코는 영향평가 실시와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과 인허가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세계유산 보존은 국익과 직결된다"며 양측의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갈등의 본질은 '누가 종묘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서울시는 도시 재생과 주민 재산권을,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보존과 다음 세대의 책임을 앞세운다. 토지주와 정비업계는 장기 지연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고, 유네스코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절차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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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계획 관련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계획 관련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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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개발 문제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국제 기준, 경제적 이해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결국 선택은 도시가 그리는 미래의 방향에 달려 있다. 서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이번 사안은 세계유산과 도시개발 사이에서 하나의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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