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사기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신적 위기 계층을 노린 위해성 약물 판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가 신고를 꺼려 암수 범죄로 남는 데다 일부에서는 약물의 시중 유통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판매자들은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며 정신적 위기 계층에 접근해 가상화폐 송금을 요구한다. 이후 대금을 받으면 곧바로 잠적하는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상습 사기범의 실명, 거주지, 연락처 등을 '박제'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피해자만 최소 10여명에 이른다. 한 피해자는 "200만원어치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송금했지만, 곧바로 연락이 끊겼다"고 털어놨다. 다만, 자신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수사기관에 신고를 꺼리고, 이 때문에 범죄 사실 및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해당 물질이 향정신성의약품이면 구매자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구매자의 심리적 취약성까지 더해지면서 동일한 사기 수법이 반복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마약 거래의 경우 위장 수사를 통해 적발하지만 이런 유형은 실제 약물이 없는 사기 형태라 암수 범죄로 남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수사 착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위해성 약물이 실제로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취재진이 접촉한 이도 마약류 판매상으로 추정됐다. 이 판매상은 대마, LSD, 엑스터시, 케타민을 뜻하는 은어를 언급하며 구매를 유도했다. 국내 마약류 유통 조직이 이미 은밀한 밀반입 루트를 갖춘 만큼 동일 경로를 통해 위해성 약물을 들여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의 한 마약 수사관은 "국내도 이미 마약 안전지대가 아닌지 오래된 만큼 (그런 위해성 약물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4872명으로 전년(1만3978명)보다 894명(6.4%)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932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때문에 정신적 위기 계층을 노린 위해성 약물 관련 거래 게시글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온라인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보안 메신저는 협조를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블로그 등 공개 게시글은 자원봉사 모니터링단이 발견할 경우 즉시 삭제·차단을 요청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 24시간 탐지 시스템도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기반 보안 메신저의 경우) 국내 협조 창구가 없어 국제 공조 체계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수사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플랫폼의 책임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임에도 온라인상의 위해성 약물 거래에 대한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정부와 수사기관이 관련 게시글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위해성 약물 거래 사기 피해자는 피해자인 동시에 법적으로는 범죄자로 분류될 수 있어 신고가 쉽지 않다"며 "유럽처럼 범죄 활동이 발생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특정 단어가 게시될 경우 자동 삭제·차단하는 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11월 발효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불법·유해 콘텐츠 삭제 의무 등 강력한 플랫폼 규제를 시행 중이다. 유 교수는 "국내에서도 DSA와 비슷한 법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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