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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앞에서 남편 품에 안긴 채 숨진 아내, 범인은…비극 부른 미국의 '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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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두드렸다고, 초인종 눌렀다고 '총격'
美 이웃간 비극 부른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

넷플릭스 다큐 '완벽한 이웃(The Perfect Neighbor)'은 2023년 미국 플로리다 주 오칼라(Ocala) 지역에서 발생한 한 총격사건을 다룬다. 다큐는 카메라 없이 오직 경찰의 바디캠과 경찰서 취조실 CCTV, 방송화면 등 간접 영상으로 98분을 채우면서 영화 이상의 극적 연출효과를 보여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펙셀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펙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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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소란에 툭하면 신고하던 여성, 문 밖 엄마를 총으로

다큐의 내용은 미국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이다. 주로 흑인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에 불만을 가진 이웃 백인 여성은 수시로 119(미국은 911)에 신고한다. 급기야 평상시 갈등을 빚은 흑인 엄마가 문을 두드리자 백인 여성은 권총을 장전하고 문 뒤에 붙어 있던 여성을 향해 총을 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백인 여성은 체포돼 과실치사로 기소됐고 2024년에 유죄 판결을 받아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단순한 범죄 다큐를 넘어, 이웃 간 갈등, 총기 문화, 법과 인종 정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다큐에서 백인 여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내세운 법이 플로리다주 등 많은 주에서 시행하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 소위 정당방위법이다. 즉 자신이 공격을 받았을 때, 집 밖이든 어디든 도망갈 의무 없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이다. 다큐에서도 나타났지만 과연 문 밖에 잘 알거나 혹은 모르는 이웃이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것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공포를 주고 그것이 문 밖에 있는 이웃을 향해 집 안에서 총을 쏘는게 정당한가 여부다.

넷플릭스 '완벽한 이웃'의 장면 일부분 캡처. 넷플릭스

넷플릭스 '완벽한 이웃'의 장면 일부분 캡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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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갈 의무없이 방어할 수 있다는 미국 법

미국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에는 과테말라 출신 청소업체 직원 마리아 플로린다 리오스 페레스(32)가 인디애나폴리스의 외곽 화이츠타운의 한 가정집 앞에서 총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주거침입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현관에서 남편의 품에 안긴 채 숨진 페레스를 발견했다. 눈앞에서 아내를 잃은 남편은 총알이 느닷없이 현관문을 뚫고 나왔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그는 "그냥 그렇게 갑자기 총부터 쏘기 전에 먼저 경찰을 불렀어야 한다"며 비통해했다. 현지 경찰은 청소업체 직원인 이들 부부가 실수로 잘못된 집에 찾아갔다가 문 앞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는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2학년 남성이 타인의 집 앞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지역 주민이었다면서 "예비 정보에 따르면 그는 (자기 집이 아닌) 다른 집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남성이 숨진 곳은 그가 다니던 대학에서 불과 2마일(약 3㎞) 거리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미주리주에서는 한 10대 소년이 집을 잘못 찾아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머리를 다쳤고, 뉴욕주에서도 같은 달 친구 집을 찾다가 다른 집 차고 진입로에 들어간 20대 여성이 집주인 총격으로 사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펙셀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펙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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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잘못 눌렀다가, 집 잘못 찾았다가 탕탕탕

2023년에도 잘못된 집에서 초인종을 누른 16세 소년이 집주인이 쏜 총 두 발에 숨졌다. 당시 총을 쏜 80대 노인은 유죄를 인정했으나 재판에서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비슷한 시기에 차를 타고 친구 집을 찾던 한 20세 여성은 뉴욕의 한 가정집 마당에 차를 잘못 진입시켰다가 집주인이 쏜 산탄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가해자는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미주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현대의 '캐슬 독트린' 및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은 영미 관습법(common law) 에서 기원한다. 관습법상 '캐슬 독트린' 은 개인이 자신의 집(즉, '성')에 침입한 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인 힘, 필요할 경우 치명적 힘까지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원칙이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은 이 원칙을 확장한 개념으로, 개인이 임박한 사망 위협에 직면했을 때 후퇴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킬(right to hold their ground) 수 있으며, 자기방어를 위해 치명적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는다.


2005년 플로리다는 캐슬 독트린을 토대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은 자기방어 시 후퇴 의무(duty to retreat)를 없애고, 정당방위를 위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허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후퇴 의무(duty to retreat)는 위협 상황에서 가능한 경우 힘이나 치명적 힘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후퇴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말한다.

흑인인권 시위 모습. 픽사베이

흑인인권 시위 모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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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확산에도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 美 30개주 이상서 시행 

현재 최소 31개 주와 푸에르토리코, 북마리아나 제도가 개인이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는 후퇴 의무가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해당주는 앨라배마, 알래스카, 애리조나,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인디애나, 아이다호,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몬태나, 네바다, 뉴햄프셔, 노스캐롤라이나,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유타, 워싱턴,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등이다.


2021년 아칸소와 오하이오는 가장 최근에 후퇴 의무를 폐지한 주가 됐다. 뉴저지와 로드아일랜드는 주거 내에서는 후퇴 의무는 없지만 집 밖에서는 후퇴 의무 적용이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8개 주(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일리노이, 뉴멕시코, 오리건, 버지니아, 버몬트, 워싱턴)는 주거 및 일부 상황에서 치명적 무력 사용을 판례나 배심원 지침으로 인정한다. 펜실베이니아는 집·차량 밖에서도 치명적 무력 사용 요건을 확대해 ▲임박한 사망·상해·납치·강제 성행위 위협 존재 ▲안전하게 후퇴할 방법이 없거나 공격자가 치명적 무기를 사용·전시한 경우 등을 포함사켰다. 아이다호는 정당방위적 살해(justifiable homicide) 범위를 주거뿐 아니라 직장·점유된 차량까지 확대했다.


최소 23개 주는 정당방위로 무력을 사용한 사람에 대해 민사 소송 면제를 제공한다. 인디애나는 정당한 힘을 행사한 경우 민사 소송 면제 법을 통과시켰다. 반대로, 하와이, 미주리, 네브래스카, 뉴저지, 노스다코타, 테네시에서는 형사 기소나 유죄 여부와 상관없이 정당방위에서도 민사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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