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성분명 처방' 두고 醫-藥-政 갈등 고조
의협, "환자 부작용 가능성…의약분업 파기" 반발도
약사회, "연간 약품비 절감효과 7조9000억 추산"
건보 노조, "불법 리베이트 차단·동일성분 가격경쟁 유도"
의약품 성분명처방 도입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 정부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을 해소하고 의료비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약사들이 반색하는 가운데 의사들이 "대체 조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돼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발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의사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약품 성분명 처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하며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에는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 지역 의사단체 소속 의사 500여명(집회 측 추산)이 참석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성분명처방 강행은 곧 의약 분업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의료계 대표자들의 외침을 외면한다면 14만 의사 회원의 울분을 모아 강력한 총력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분명처방은 의사가 진료 후 처방전을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사가 동등성을 인정받은 품목 중 하나를 선택해 약을 짓도록 하는 것이다. 그간 코로나19와 독감 대유행 때마다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들이 품절되는 사태가 반복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막기 위해 다빈도 품절약 사태 문제 해결을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성분명처방을 강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성분명처방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엔 약사의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간소화하는 약사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사들은 환자의 병력과 부작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같은 성분이라도 약마다 약효에 차이가 있어 성분명으로 처방할 경우 자칫 소아나 고령 환자 등이 크게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의사와 약사 중 어느 쪽에 있느냐도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있다. 의사들은 또 성분명처방 자체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과거 2000년 합의한 의약 분업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약사들은 대체 조제할 수 있는 약이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즉 안전성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라 효과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본다. 특히 효과는 동일한데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을 처방할 경우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약값 또한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성분명처방이 전면 도입되면 국내 약값을 연간 7조9000억원 아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대한약사회는 "성분명처방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약품 품절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적기에 조제·투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성분명처방 도입이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성분명처방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도입 방식, 수급 불안정 기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성분명처방이 그간 의사나 병원이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을 처방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아 온 관행을 없앨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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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성분명처방은 상품명처방을 이용한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하고 동일 성분 간 가격 경쟁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과다처방·중복처방을 방지하는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약품 공급자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 기반 경쟁으로 왜곡된 약가 구조와 리베이트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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