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 포지션 성공 스타덤 오른 버리
AI 하락 베팅, SEC 등록철회 눈길
영웅 투자자 발언 맹신 경계해야

[블룸버그 칼럼]'AI 버블설' 마이클 버리 열풍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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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리처럼 역발상 숏(short) 포지션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나는 그 수익을 즉시 현금화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게임에서 '반쯤 은퇴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 재미를 위해 쓸 돈과 자녀 사교육비 정도만 조금 떼어낸 후 나머지 수익의 95%는 전부 주식·채권으로 구성된 패시브형 포트폴리오에 넣어둘 것이다. 복리의 마법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진짜 천재적인 한 수는 나머지 5%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나는 그 5%를 다음 대형 붕괴에 대해 대담하지만 액수는 작은 베팅을 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언론이 계속 나에 대한 기사를 쓰고, 개인 브랜드를 더욱 빛나게 만들며, 책이나 강연, 영화 대본 같은 그런 종류의 '무료 옵션(free option)'들을 제공하도록 만들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버리가 정말 그런 계산 아래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가 내 '계획'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미국 주택 거품을 정확히 예측해 이름을 알렸던 버리가 요즘 언론으로부터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10월30일 버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영화 '빅 쇼트' 속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사진을 올리며 '때때로, 우리는 버블을 본다'는 다소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겼다. 11월3일에는 13F 공시를 통해 그의 회사인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연동된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주 후반에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가 버리의 숏 베팅에 '미친 짓(batsh*t crazy)'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그는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버리의 펀드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을 아예 철회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매번 그렇듯 우리가 모르는 것은 여전히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버리는 영화 빅 쇼트가 나왔던 2015년보다 지금 금융계에서 훨씬 더 큰 미디어 스타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버리보다 오히려 우리 자신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거시적 흐름에 올인하는 역발상 투자자들, 이른바 '영웅적 베팅'을 하는 인물들에게 매혹돼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밸류에이션을 밀어 올릴수록 그 집착은 더 강해지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챗 GPT 출시 이후 나스닥100지수가 113% 뛰어오르는 동안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한 수백만 가구에는 전설적 투자자가 '승자들도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는 것이 위안이 된다. 반대로 그 랠리에 참여해온 또 다른 수백만 명에게는 '운이라는 건 결국 한계가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믿음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모든 이들은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버블 속에 있는가. 경험적 데이터는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결국 사람들은 한 번 크게 맞혀본 적 있는 투자자가 남기는 해석하기 어려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들에 기대고 만다.


최근 몇 년간의 버리 성적표를 전체적으로, 또 공정하게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같은 AI 주식에 대해 '대규모 숏을 쳤다'고 알려진 사례를 들여다보면 최근 보도들은 그 내막이 처음 조명된 것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버리는 자신이 현재 주가 174달러인 팔란티어 주식을 2027년 주당 50달러에 팔 수 있는 옵션을 사는 데 총 920만달러를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뉴스는 훨씬 크고 더 자극적인 '명목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블룸버그 뉴스의 데이비드 마리노가 지난 13일 지적했듯 원 공시는 해석의 여지를 상당히 많이 남긴다. 이는 부분적으로 그런 부류의 옵션을 보고하는 방식 자체가 갖는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회사가 13F 공시에서 밝혔듯 풋 포지션은 '보고 대상이 아닌 롱 포지션을 헤지(위험분산)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 마리노의 표현을 빌리자면 13F 공시는 '투자 지도'라기보다 '여행 일지'에 가깝다고 할 만하다.


조금 더 큰 틀에서 보면 최근 버리의 성과를 우리가 본보기로 삼을 만큼 충분히 알고 있지도 못하다. 그의 펀드는 올해 기준 규제상 운용자산(RAUM)이 1억5500만달러 수준인데 오늘날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이는 5년 전 보고했던 3억87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00년대 버리가 운용한 것으로 알려진 규모의 4분의 1 수준이다. 왜 지표상 펀드 규모가 줄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버리는 워런 버핏이 아니다. 실제로 버핏은 버리가 즐겨 하는 '시장 타이밍' 전략을 경계하라고 오래전부터 조언해 왔다.


마찬가지로 버리의 X 글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도 현명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소셜미디어 코멘트는 솔직히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9월 약세장 한가운데서 그는 '아직 바닥은 아니다'고 올렸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정확한 바닥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불과 몇 주 뒤에 다음 강세장이 시작됐다. 그리고 2023년 1월에는 앞뒤 설명 없이 '셀(sell·팔아라)' 한 단어를 올렸다. S&P500지수는 그 후 지금까지 약 75% 오른 상태다.


대담한 전망을 내걸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존중한다. 우리 모두 결국은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내가 커리어 초반에 거시경제 흐름을 기가 막히게 맞힌 데다, 그 이야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화되기까지 했다면 아마 나도 수십 년 동안 장난기 섞인 트윗과 해석하기 난감한 13F 공시를 흘리며 그 명성을 마음껏 활용했을 것이다.


버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최근 소셜미디어 글에는 '11월25일부터 더 좋은 일들로 넘어간다'는 식의 암시가 담겨 있다. 그 의미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버리의 150만명의 X 팔로워가 이 모든 상황을 적절한 맥락 속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조너선 레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What Our Michael Burry Obsession Says About Us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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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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