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틱톡서 '로도깅' 트렌드 확산
"디지털 자극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Z세대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에서 벗어나 흐트러진 집중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일부 Z세대는 이 과정을 틱톡에 공유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배우는 젊은 층"
최근 미국 NBC 뉴스는 "젊은이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MZ세대에서 확산 중인 '로도깅(rawdogging)' 트렌드를 소개했다. '로도깅'이라는 단어는 원래 성적 은어였으나, 지난해 비행 중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로도깅 플라이트(rawdogging flights)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새로운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스마트폰, 음악, 음식, 수면 등의 모든 자극을 끊고 '아무런 자극이나 준비 없이 그대로 시간을 버티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는 중이다.
틱톡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조용히 앉아만 있는 일종의 '무(無)자극 챌린지'를 인증하는 영상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으며, 일부는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챌린지의 방식은 단순하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과 TV 등을 모두 끄고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정해진 시간 동안 가만히 머문다. 그 모습을 타임랩스(빨리 감기)로 촬영해 틱톡에 올리면 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는 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챌린지의 핵심이다.
텍사스에 사는 21세 대학생 미아 리스타이노 역시 이 챌린지를 7일 동안 실천했다. 그는 "처음에는 5분으로 시작해 15분까지 시간을 늘렸다"며 "단 몇 분만이라도 조용히 앉아 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늘 TV를 틀어놓거나 뭔가를 하며 지냈기 때문에 자극 없는 상황이 낯설다"며 "집중력을 기르고, 순간에 더 머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텐션 스팬(Attention Span·주의집중시간)'의 저자인 심리학자 글로리아 마크는 로도깅 트렌드를 '중독적인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지루함은 참기 힘든 감정"이라면서도 "기기를 내려놓고 벽을 바라보거나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그 시간은 오히려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는 기회가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예상치 못한 발견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 심각…"자극에서 벗어나야"
이러한 트렌드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고 주의력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자, Z세대를 중심으로 '의도적인 멈춤'을 시도하는 새로운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산책이나 필사, 뜨개질 등 아날로그 취미를 찾는 젊은 층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서도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22.9%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청소년(만 10~19세)의 경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2.6%에 달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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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로도깅 트렌드를 젊은 세대가 정신적 여유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웨터는 야후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는 아무 자극 없이 혼자 조용히 시간을 견디는 감각을 다시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우리는 잠깐의 정적도 피하려 한다"며 "이 시간은 단순히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극에서 벗어나 마음을 잠시 쉬게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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