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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널 보낼 용기, 어쩌면 내가 살아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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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병 앓던 딸을 떠나보낸 엄마
"애도는 눈물로 닫히는 문이 아니라
날마다 열어야 하는 창문과도 같다"
상실이 아닌 살아내기 위한 기록들

"그날 너는 네가 바라던 곳으로 떠났다. 나는 너 없는 세계에 남겨졌다 (중략) 우리는 묻지 못했다. 모든 말이 성대를 잃고 목구멍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대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짐승처럼 통곡했다. 배가 터질 듯 아팠다. 산통 같은 복통. 너를 잃은 날, 그 산통이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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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낼 용기'는 마음의 병을 앓던 열일곱 딸을 떠나보낸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과부, 홀아비, 고아와 달리 그 상실을 부르는 단어가 없기에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이름조차 없다. 작가는 고통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 살아내기 위해 글을 붙잡는다. 이 책은 그토록 서럽고도 애끓는 날들의 기록이다.


한국은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그러나 이 숫자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적게는 6명, 많게는 20명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자살 사별자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20배 높다는 연구도 이를 방증한다.

'널 보낼 용기'는 자살유가족의 흔한 극복 서사 대신 상실과 공존하는 법을 보여준다. 작가는 "애도는 눈물로 닫히는 문이 아니라, 날마다 열어야 하는 창문과 같다"며 매일 조금 덜 원망하고, 조금 더 살아내는 선택을 반복한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멈춰 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무너진 시간을 천천히 회복한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치유이자 실천이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믿는 마음이 글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작가의 고백은 절망을 넘어 우리 사회로 향한다. "왜 몰랐을까"가 아니라 "왜 몰라보는 구조일까." 정신과 진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 병원 대기실을 메운 교복 차림의 아이들, "우리 아이가 그럴 줄 몰랐다"는 부모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는 말한다. 사랑으로 키워도, 아이는 떠났다고.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청소년의 자살은 한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실패임을 작가는 뼈아프게 일깨운다.


작가는 시선을 과거에서 현재로 돌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열 살 미만 아동이 10만 명을 넘었고,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 땅의 아이들에게 삶은 밀려나면 존재가 부정당하는 생존 게임이었다." 어쩌면 이 문장은 간절한 호소이자 탄원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이들의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자고, 손 내밀어야 했던 어른과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음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작가는 묻는다. "고통을 없애려 행복까지 덮어야 한다면, 삶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딸을 키워낸 열일곱 해를 그는 '선물 같은 시간'으로 기억한다. 상실의 자리에 남은 건 미련이 아니라 사랑이다. "시간은 결국 모든 생을 끝으로 데려간다. 그 끝에는 공허가 기다리지만, 사랑은 그 너머로 이어진다."

절망의 기록이자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널 보낼 용기'는 자살 사별자에게 씌워진 침묵과 편견을 드러낸다.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일은 끝내 완결될 수 없는 슬픔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슬픔은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그 너머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이, 우리가 살아갈 용기다."


'널 보낼 용기'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 전체의 이야기다. 한 개인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 되고, 어떤 아픔은 더 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엔 오직 겪어낸 자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상실의 끝에서 피어난 언어. 그리고 그 목소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간곡하게 붙잡는다.


[빵 굽는 타자기] 널 보낼 용기, 어쩌면 내가 살아낼 용기 원본보기 아이콘

널 보낼 용기 |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16쪽 | 1만7800원





어강비 기자 uhkb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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