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미쓰후미 '걷는다'
노인 120명 실험, 주 3회 걷기
1~2세 젊어지고 기억력 향상
알츠하이머 발병률 35~40% 억제
걸으면서 문제 풀기 실험
창의력 점수 평균 60%나 높아

하루 걷기 7500~8000보 적정
세계 평균 5000보…홍콩·中 높아
국가별 도로 상태·성별 격차에 차이
美 대도시 도보 가능 토지 1.2%뿐
"車중심 도시, 인간이 냉대받아"

히포크라테스, 장 자크 루소, 존 애덤스, 베토벤, 쇠렌 키르케고르, 프리드리히 니체, 자크 라캉,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이들에게는 뜻밖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걷기 예찬론자'였다는 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훌륭한 약"이라고 했고, 라캉은 "발로 생각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는 2015년 3월 완공된 'MPK 20' 사옥 옥상에 1만1000평 규모의 '워킹 트레일'을 조성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 의식과 팀 간 유대가 태어나는 공간"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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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효용을 다룬 연구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미국 일리노이대와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 있다. 연구팀은 55세부터 80세까지의 노인 120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주 3회 걷기를, 다른 한쪽은 스트레칭을 하도록 하고 그 효과를 비교했다. 걷기는 처음 10분으로 시작해 매주 5분씩 시간을 늘려 7주 차에 40분에 도달했고, 이후 매회 40분을 유지했다.


그 결과, 걷기 그룹의 해마 부피가 약 2% 증가했으며, 스트레칭 그룹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걷기만으로 1~2세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해마의 혈액 속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증가해 기억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하사 쓰네 박사는 "주 3회, 15분 이상 걷기를 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35~40% 억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걷기는 건강뿐 아니라 두뇌에도 유익하다. 2014년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는 176명의 참가자에게 두 차례 창의력 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한 번은 앉아서, 다른 한 번은 걸으면서 풀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걷는 동안 떠올린 아이디어의 창의력 점수가 평균 60%나 높았다. 다만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에서는 앉아서 풀 때 더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연구진은 "걷기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발산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하루 1만 보가 적정하다는 통념은 사실 1960년대 일본 야마사도케이케이사가 개발한 '만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학적 근거보다는 마케팅적 요인이 더 컸다. 현대 연구에서는 약 7500~8000보가 적정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세계 평균 걷기량은 얼마나 될까.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017년 111개국, 7000명의 스마트폰 데이터를 분석해 '네이처'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세계 평균은 하루 약 5000보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홍콩이 6800보, 중국 6189보, 우크라이나 6107보로 가장 높았고, 인도네시아(3513보), 사우디아라비아(3807보), 말레이시아(3963보)가 가장 낮았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활동 격차' 개념을 꺼내 든다. 걷기량의 차이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인도가 협소하고 도로포장 상태가 좋지 않아 걷기가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소개한다. 활동 격차에는 '성별 격차'도 포함된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성별 격차가 큰 국가에서는 여성의 활동량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으며, 실제 이 지역의 남녀 격차는 43%까지 벌어졌다.


2024년 미국 보험사 Compare the Market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Top 10'을 살펴보면 뮌헨(독일), 밀라노(이탈리아), 바르샤바(폴란드), 헬싱키(핀란드), 파리(프랑스), 도쿄(일본), 마드리드(스페인), 오슬로(노르웨이), 코펜하겐(덴마크), 암스테르담(네덜란드)으로, 미국 도시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미국 주요 35개 대도시권 중 도보 이동이 가능한 토지 비율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이는 뉴욕, 보스턴, 워싱턴, 시애틀 등 일부 연안 도시에 집중돼 있으며, 일반 도시 주거지역은 소방차 회전을 위한 규정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넓은 교차로가 설치돼 보행에 부적합한 차량 중심 도시로 설계됐다.


저자는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에서는 걸어도 되는 길조차 제한되고, 결국 보행자 즉 인간이 냉대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걷기 좋은 거리의 부동산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 어때]건강·창의력…걷지 않는 사회, 우리가 잃는 것들 원본보기 아이콘

책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걷기'의 가치를 최신 과학적 근거와 함께 설명하며, 더 잘 걷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걷기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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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 이케다 미쓰후미 지음 | 더퀘스트 | 312쪽 | 1만8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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