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해군 P-3CK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로 우리 군(軍) 장병 4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 해군이 조종사들에게 P-3CK 기종과 관련한 실속회복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58년에 개발된 해당 기종엔 기체의 실속 가능성을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실속경보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북 포항 해군 P-3CK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군은 사고 당시 해군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고, 사고조사를 위해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현장조사, 잔해수거, 기체 재구성, 기체 잔해 정밀조사, 조직관리 및 인적요인 분석, 상황 재연 및 검증 등을 토대로 사고원인을 심층 조사했다.

사고는 1차 이·착륙 훈련을 마치고 2차 이·착륙 훈련을 위해 이륙해 상승 선회하던 도중 발생했다. 선회각(항공기가 선회하기 위해 날개를 기울이는 각도)이 커지면서 기체가 급강하 하며 포항기지 활주로 끝단에서 동남쪽 1.6㎞ 지점에 추락한 것이다. 이 사고로 조종사인 소령 1명과 대위 1명, 부사관 2명 등 총 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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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개발 구형 기체…비행기록장치도 없어 실속 원인 '오리무중'

해군은 사고 당시 비행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음성기록장치(CVR)를 수거해 복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상충돌에 따른 충격과 화재로 인한 손상 때문이다. 관제레이더 상에도 사고구간이 음영구역이어서 관련 항적이 없어 비행상황을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1958년 개발된 P-3 기종에는 별도의 비행기록장치(FDR) 조차 없었다.


항공사고 규명의 핵심인 CVR, FDR 모두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해군은 원인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정권 사고조사위원장은 "해군은 2016년 동해 링스 헬기 추락사고 이후 전 기종에 FDR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11월까지 마무리 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사고기엔 FDR이 장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해군은 비행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기지경계용 CCTV 영상자료를 토대로 영상분석 업체에 의뢰해 사고기의 이륙부터 사고시까지의 위치, 고도, 기수방향, 자세각, 경사각, 속도 등 비행자료를 분석했다. 또 이를 토대로 P-3 항공기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구했다.


이를 토대로 한 분석결과 사고기는 이륙상승 단계에선 속도, 고도, 자세 등이 정상이었으나, 상승선회에서부터 정상비행보다 속도가 줄어들고 고도상승은 미미해졌으며 자세각은 높고 경사각은 깊어지는 등 실속여유를 잃어 실속 및 조종 불능상태에 돌입했다. 시뮬레이터를 통한 재연에서도 상승선회 시작구간부터 정상비행 대비 엔진출력과 프로펠러 각도가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속도가 160노트(시속 296㎞)에서 67노트(시속 124㎞)까지 줄면서 사고기는 양력을 잃고 급하강했다.


조사위는 시뮬레이터 모의 결과 및 사고 후 수거된 프로펠러 각도를 조사한 결과 조종사는 실속 회복을 위해 절차에 따라 출력을 줄인 것으로 추정되며, 지면 충돌 직전 중력에 의한 속도 증가로 조종성이 일부 회복되었으나 양력 회복을 위한 충분한 고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사고기의 실속 시점 고도는 950피트(290m)에 불과했다.


실속회복훈련·조종불능회복훈련도 없었다…경보장치도 無

사고의 인적요인으로는 해군이 비행교범에 수록된 실속회복훈련과 조종불능회복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점이 지목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2008년 미 해군에서 P-3C 실속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상황시 대처 내용이 보강됐는데, 우리 해군에게 전달된 교범에는 해당 내용이 빠져있었다. 조 위원장은 "실속회복훈련의 궁극적 목적은 실속의 징후를 인지하고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훈련을 미실시한 만큼 (사고기 조종사의) 실속 접근징후 인지 및 회복절차 수행능력, 에너지관리 및 자세관리가 미흡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P-3CK 기종엔 실속 징후를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실속 경보장치도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또 받음각 지시계의 위치도 주조종사 우측 하단에 위치해 부조종사는 물론 조종사도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실속의 징후가 나타났더라도 조종사가 적기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계적 결함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해군 측 설명이다. 조사위는 사고기의 출력감소와 비정상자세 유발가능성이 있는 엔진, 프로펠러, 연료, 조종 및 유압계통 등을 조사했으나 모든 계통은 지상충돌전까지 작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단, 엔진 조사과정에서 1번 엔진의 파워터빈 1단에서 내부이물질(IOD)에 의한 손상을 확인했다. 조사위는 이 IOD가 실속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실속 상황에 대처해야 할 조종사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최근의 항공기들은 실속 상황에 빠지면 실속 경고가 울리지만 사고기엔 그런 장치가 없었다"면서 "IOD 등의 상황이 이때 발생했다면 주의가 분산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도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CCTV상 지면충돌 직전 조종사는 회복조작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저고도에서 깊은 강하각으로 진입함에 따라 회복에 필요한 여유 고도가 부족했다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조 위원장은 "2008년 미 해군에서 P-3C 실속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고도 5000피트에서 실속이 돼 고도 200피트에서 회복했다"면서 "이번 사고의 경우 사고고도에서 지면까지 800피트도 되지 않는데, 이런 저고도 환경이 하나의 환경적 요인이 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외 조사위는 인력부족 및 그에 따른 훈련기회 부족, 비행기량 관리 미흡 등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해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종사들의 훈련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 우선 인력획득 단계별 P-3 항공기 비행훈련·운영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는 한편, 부족한 조종사 양성을 위해선 비행대대 인력충원에 초첨을 둔 인력운영 및 인사관리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 아울러 정비 및 기체분야에 대한 조치는 엔진 연소실 주기검사를 단축하고, 받음각 지시계의 위치변경 및 추가설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P-3CK 항공기의 비행 재개 시점은 추후 판단할 계획이다. 해군은 지금까지 비행 재개를 위해 조종사를 비롯한 모든 비행승무원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엔진 IOD 관련 정밀검사를 완료해 이상없음을 확인했다. 해군은 향후 시험비행 및 단계적 훈련비행을 통해 P-3CK 기종의 비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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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다시 한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조의를 표하고, 이번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 해군은 비행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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