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북그린란드 툰드라에서 '토양 먹이그물' 발견…"하얀 북극이 초록으로 바뀌고 있다"
하얀 얼음으로 덮여 있던 지구의 북극이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극지의 식생 확장을 이끌면서, 그 아래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생명체들의 생태계가 꿈틀대고 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극지연구소는 북위 82도, 지구 최북단 지역인 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Sirius Passet)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급격한 녹화(Greening) 현상을 확인하고, 복합적인 토양 생태계 구조가 실제로 존재함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북극의 '녹색화'…얼음 위로 자라나는 생명
'녹화'는 극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물이 확장·밀집돼 대지가 점차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북극 전역에서 이런 변화가 관측되고 있지만, 북위 80도 이상 초고위도 지역은 접근이 어려워 지금까지 연구가 거의 불가능했다.
김민철 극지연 박사 연구팀은 2022년 여름, 북극점에서 약 800㎞ 떨어진 시리우스 파셋 일대의 툰드라 지역을 정밀 탐사했다. 이 지역은 북극권에서도 예외적으로 식물이 조밀하게 분포하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식생이 확장되는 '북극의 이상지대'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현장에서 나도수영·북극버들 등 7종의 식물과 그 뿌리 주변에 공생하는 미생물 군집을 확인했다. 이 미생물을 먹이로 삼는 선충류, 그리고 버섯형 곰팡이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드러나면서, 북극의 차가운 땅속에서도 생명체들이 서로 얽혀 먹이그물(soil food web)을 이루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처럼 유기적 관계망이 확인된 것은 북극 남부나 고산지대에서는 보고된 적이 있으나, 북위 80도 이상의 초고위도 지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즉, 가장 혹독한 환경으로 여겨지던 북극의 땅속에서도 '살아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김민철 극지연 책임연구원은 "지구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에서도 토양 생명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며 "여름철 상대적으로 따뜻한 토양 온도와 녹은 눈·얼음에서 공급되는 수분이 맞물려 이런 복합적 생태 구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극 툰드라의 땅속 생태계, 식물과 수분이 짓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환경 미생물군집 저널(Environmental Microbiome)' 2025년 9월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북그린란드의 고생산성 툰드라 생태계에서 식물종과 토양 수분이 뿌리 미생물 군집을 결정한다(Plant species and soil moisture shape rhizosphere microbiota in an unusually productive tundra ecosystem of North Greenland, DOI: 10.1186/s40793-025-00781-8)"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북극권 대기-동토-피오르드·연안 대상 빅데이터 기반 기후환경변화 대응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발견은 북극의 변화가 단순히 얼음이 녹는 차원을 넘어, 토양 생태계의 구조적 진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로 평가된다. 식물과 미생물, 곰팡이, 토양동물이 얽혀 만들어내는 이 새로운 생태계는 앞으로 북극 생태계의 복원력(resilience)과 탄소순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기후변화로 북극은 더 이상 하얀색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며 "과학자의 시각으로 이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읽고, 미래 북극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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