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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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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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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건 쉽죠. 하지만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지원 없이는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제조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우려를 넘어 냉소에 가까웠다.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 줄이겠다는 목표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대통령이 "이행 과정에서 겪는 국민과 기업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펴달라"고 주문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위로가 아니라 현장을 반영한 실행 전략과 과감한 지원이다.

정부가 말하는 '현실적 로드맵'이 진짜 현실을 담으려면 시장 상황부터 냉정히 짚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 70%를 전기·수소차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연간 160만대 내수 시장에서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은 9.2%에 불과하다. 6년 안에 이 비중을 4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또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무공해차 신차 비중 40%, 누적 등록 대수 450만 대를 달성해야 한다. 올해를 포함해 매년 60만 대 이상을 팔아야 하지만, 내년 보조금 예산은 30만 대 수준에 그친다. 올해가 두 달여 남은 11월, 대구와 인천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이미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됐다. 구매 의사가 있어도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조기 예산 집행이나 추가 지원으로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수요를 되살릴 정책 전환이다. 현장의 문제는 단순하다. 지금 전기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보조금 확대를 비롯해 수요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무공해차 대당 보조금 인상, 충전요금 할인 특례 한시 부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유지, 버스전용차선 일부 허용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

충전 인프라 확충도 핵심 과제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충전의 불편함' 때문이다. 단순히 충전기 수를 늘리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인구 밀도와 거주 패턴, 차량 분포를 반영한 정밀한 배치 계획이 요구된다. 이행 전 과정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도 절실하다.


산업계의 아쉬움은 크지만 목표는 이미 제시됐다. 남은 건 그 목표를 누가, 어떤 책임 구조 속에서, 어떻게 이행할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실행 틀 없이 또다시 민간의 부담에만 의존한다면 이번 감축 목표 역시 '현실을 외면한 선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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