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관행 끊어내려니 병·의원 반발"…검체검사 제도 문제는?
과도한 할인 경쟁에 '부실 검사' 우려
복지부, 위탁관리료 폐지하고 수탁기관 분리청구 추진
의료계 "현실 무시한 조치" 반발…검사중단 예고도
정부가 병·의원의 피검사, 소변검사 등 검체검사의 비용 지급 방식을 수십 년 만에 손질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이 검사기관에 검사를 맡길 때 발생하던 불투명한 '할인' 관행을 끊겠다는 것인데, 개원가에서는 당장 검사료 수입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사 대표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검체검사 제도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일차의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개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정부가 의료 현장 의견 청취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밀어붙이는 개편안은 일차의료기관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복지부가 개편을 강행할 경우 우리는 검체검사 전면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의료 공백의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혈액·소변 검사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은 검사에 드는 비용(검사료 100%+위탁관리료 10%)을 합쳐 의원에 일괄 지급한다. 의원은 이 돈(110%)을 받아 전문 검사기관(수탁기관)에 검사비를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수 검사기관이 의원과의 계약을 위해 검사료를 50~60% 수준으로 할인해 주거나 계약에 따라 일부를 되돌려주는 관행이 발생하고 있다. 의원들이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하는 검사기관과 계약을 하면서 과도한 경쟁이 생기고, 리베이트성 거래까지 이뤄진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수탁기관협회 역시 현재 검사료 할인이 과도한 상황으로, 자체적으로 시장 질서로 바로잡기는 불가능해 이를 제한하는 강제력 있는 고시 규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불투명한 거래는 결국 검사의 질을 떨어뜨려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검사기관들이 장비 유지보수나 인력 확보 같은 재투자에 소홀해질 경우 노후 장비로 검사가 이뤄져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이에 정부는 의원과 검사기관이 각각 건강보험에 비용을 '분리 청구'하도록 제도를 바꿔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주어지던 10%의 위탁관리료 조항을 없애고, 총 지급액을 100%로 정상화한 뒤 이를 병의원과 검사센터가 각각 정해진 비율만큼 직접 청구하도록 해 기관 간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제도 개선 후에도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또 절감되는 재원을 의사들의 진찰 행위에 대한 보상, 즉 '진찰료'나 '상담료'로 되돌려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검사기관의 과열 경쟁에 대한 책임을 병의원에 전가하며 의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현재의 관리료가 피를 뽑고, 검체를 보관하며,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데 드는 행정 비용과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수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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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수십 년간 기형적인 정산 구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는데도 의료계 내부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자정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병리학회, 대한핵의학회는 "검체검사는 명백한 의료행위로, 할인 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만 추후 검체 수거·운송비용에 대한 보상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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