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알쏭달쏭 AI 열풍…제2의 닷컴버블인가 혁신인가
AI 기업가치 고평가 우려…M7 비중 3배로
줄줄이 증시 하락 전망…AI 버블 터지나
"AI 버블은 기업·투자자 결정에 달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질주하며 미국 증시 강세를 이끄는 가운데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가 가져온 혁신은 상당하지만, 2000년대 '닷컴버블'처럼 AI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각종 지표가 AI 버블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 증시 대표 기술주 'M7(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애플·엔비디아·테슬라)' 시가총액이 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6%에 달한다. 이는 2015년 이들이 S&P500의 12.3%만 차지했던 것에서 약 3배 뛴 것이다.
'버핏 지수'도 9월 말 기준 21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 당시 기록했던 약 150%와 2021년 코로나19 랠리 당시 190%를 크게 웃돈다. 버핏 지수는 미국 상장주식 전체 가치(윌셔5000지수)를 국민총생산(GNP)으로 나눠 측정하는 지표로, 주식 시장 가치 평가 지표 중 하나다. '오하마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01년 버핏 지수를 언급하며 "이 비율이 70%나 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주식 매수가 매우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999년과 2000년 일부 기간처럼 이 비율이 200%에 가까워지면 불장난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54% "AI는 거품"…38%만 "거품 아냐"
로이터 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의 월간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의 54%가 AI 주식이 거품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거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은 3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 기술주 하락세의 중심에는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있다. 그는 최근 AI 열풍을 이끈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버리의 사이언 자산운용이 지난 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7~9월 분기 보고서를 보면 이 운용사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총 11억달러 규모 풋옵션을 걸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 수장들도 연달아 증시 하락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 리더 투자 정상회담에서 "향후 12~24개월 사이에 주식 시장에 10~20%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증시가 10~15%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들 전문가는 AI의 생산성과 성장 가능성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다만 현재 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지난 6일 "개인적으로는 AI가 생산성 측면에서 차세대 주요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증명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동시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이 이 기술의 미래 수익 흐름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이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열풍, 닷컴버블과 닮았다"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 외에도 현재 AI 열풍은 닷컴 버블과 닮은 부분이 상당하다. 스위스 싱크탱크 GIS는 현재 AI 시장과 과거 닷컴 버블의 공통점으로 기업 가치 급등, AI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 열풍, AI를 내세운 각종 제품과 서비스의 폭발적인 확산을 꼽았다. GIS는 "(닷컴 버블) 당시에는 제대로 된 사업계획조차 없는 기업들이 그럴듯한 이름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엄청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2017년 암호화폐 열풍이 불던 시기에도 이러한 현상을 다시 한번 목격했다"고 짚었다.
AI 관련 기업 간 순환 자금 조달도 AI 버블을 우려하게 하는 주요 요소다. 블룸버그 통신은 AI 관련 기업들의 이 같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예컨대 9월 말 엔비디아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오픈AI는 해당 시설을 위해 엔비디아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하겠다고 했다. 엔비디아에서 돈을 받아서 엔비디아 칩을 사는 셈이다. 또 지난달엔 AMD가 오픈AI에 지분 10%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했고, 오픈AI는 AMD 칩을 구매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잠재력이 크지만 수익 창출 수단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이처럼 많은 자금이 빠르게 투자된 적은 없다"며 "점점 더 복잡해지고 상호 연결된 비즈니스 거래망이 수조달러 규모의 AI 붐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순환 투자에서 어느 한 축만 흔들리더라도 거래망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AI는 실제 수익 있어" 버블 우려 일축
그러나 현재 AI 열풍이 닷컴 버블과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이와 관련해 "매우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기업들이 실제로 수익을 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데이터센터와 칩 등 AI 투자가 경제 성장의 주요 원천이라고 말했다.
현재 AI 붐을 이끄는 한 축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버블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돼있다면서 AI 수요는 투기적이기보다는 구조적이고,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ARK 인베스트 CEO는 AI 버블 우려에 선을 그으며 현재 우리가 기술 혁명의 시작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을 진정으로 실현하려면 팔란티어 같은 기업이 대기업들에 들어가 그들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행 대신 본질이 중요…옥석가리기 필요해
이같이 엇갈린 의견은 AI가 전 세계적으로 산업 지형을 바꿀 힘이 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도 가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AI 열풍에 편승해 지출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실질적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버블은 어떤 기술의 장기적 영향력보다, 채택 속도와 자본 순환이 얼마나 맞물리느냐에 더 좌우된다"며 "인터넷은 분명 혁명적인 기술이었지만, 그 사실이 닷컴 버블 붕괴를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적 집중력과 실행력으로 닷컴 버블을 견디고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베이와 넷플릭스의 사례를 들며 AI에 적응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구축과 선택적 투자, AI 통합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쏠 만큼 쐈다" 개미들 항복?…주식 던지고 9조원 ...
이어 "이 시점이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의 시작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과도한 열풍으로 평가될지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