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산업화 성공…단일 콘텐츠서 글로벌 브랜드로
산업화 빨라진 만큼 구조적 위험도 커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간 통계 수익구조에선 큰 변화가 확인된다. 과거에는 방송 편성, 제작비 정산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식재산(IP) 유통·해외 라이선스·굿즈·공연·게임 협업이 중요한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K콘텐츠가 제작 산업을 넘어 IP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제작에서 IP 관리로
콘진원은 유녹(U-KNOCK) 참가사 선발 과정에서 진출 권역의 시장 특성을 고려한다. 우성배 콘텐츠금융지원팀장은 "일본의 경우 모두 IP 제작 기업이었으며, 싱가포르와 미국에선 콘텐츠를 통해 기술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선발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단일 동요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더핑크퐁컴퍼니의 대표 IP '베이비샤크(Baby Shark)'다. 2016년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은 조회 수 100억 회를 넘었다. 애니메이션·공연·완구·교육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미국 니켈로디언과 공동 제작한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북미 영향력도 확보했다.
업계는 이 성공을 '바이럴을 넘어선 구조적 확장'으로 평가한다. 일시적 인기로 끝나지 않고 IP 관리·라이선스·유통 파트너십을 통해 장기 수익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업들이 제작사를 넘어 'IP 관리회사'로 체질을 바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주에서 자체 IP로
신창환 스튜디오게일 대표는 15년간 자체 IP 개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왔다. 그는 "설립 3년 차인 2010년부터 '그라미의 서커스쇼'를 제작해 2012년 프랑스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했고, 2014년 이탈리아 카툰스온더베이에서 TV시리즈 대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현재 주목하는 것은 성인 취향 애니메이션이다. 15세 이상을 타깃으로 한 '나노리스트'를 제작 중이다. 국내 OTT 티빙으로부터 투자받았다. 신 대표는 "최근 국내에선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 등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극장으로 불러내고 있다"며 수요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자체 IP는 외주와 달리 투자금 확보부터 공동제작자·방송사·투자사와의 조율, 리스크 관리까지 매우 어렵다"며 "필요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호 샵팬픽 대표는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소수 IP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는 "다양한 IP를 개발해 그중 하나를 성공시키는 전략이 아니라, 회사가 자체적으로 IP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북미 진출에 대해서는 "K컬처는 초기 진입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 현지화한 다양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현재 음원과 데이터파일이 가장 유망한 카테고리"라고 밝혔다.
콘진원이 발표한 '2024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제작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머천다이징·공연·라이선스 등 IP 기반 부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기 IP가 OTT·완구·교육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상품화와 2차 저작물 수익의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IP 보호와 구조적 리스크
IP 산업화가 빨라진 만큼 구조적 위험은 커지는 추세다. 콘진원이 발간한 '콘텐츠 분쟁조정 사례집'에 따르면 조정·상담 건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제작·유통·라이선싱이 복잡해지면서 권리 배분, 지분 구조, 해외 공동제작물의 계약 조건 등에서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제도적 기반 강화도 과제로 남는다. 콘텐츠 IP가 금융시장에서 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지만, 제도와 세제 체계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자칫 자본력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기회가 쏠릴 위험도 있다.
유녹은 해외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이런 문제를 환기한다. K콘텐츠 산업이 '작품 중심'에서 'IP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콘텐츠가 시장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IP가 콘텐츠를 낳고 기술이 그 수명을 연장한다.
'아기상어'가 '콘텐츠의 금융화'를 증명했다면, 지금 기업들은 '기술을 통한 IP 확장'으로 방향을 넓히는 모습이다.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IP를 보호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생산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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