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갤러리서 김훈규 작가 개인전
7~12월20일까지 'The Prayers'
두 가지 색 한 화면에 충돌 다뤄
변증법적 양극단 하나로 뭉친 실험작들
일상과 정치, 구상과 추상 등 한 데 모아

스스로를 고려 불교 단색화 구도자에 비견할 정도로 한 가지 색에 천착했던 김훈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변화가 일었다. 두 설정색을 한 작품에서 뒤섞은 것. 세계를 거대한 파렛트 삼아 파랑과 초록, 노랑과 빨강 등 두 색을 대비시켰다. 그리고 그 색은 종교와 세속, 겉과 안, 구상과 추상을 품어 안았다. 7일 개인전 'The Prayers'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만난 김훈규 작가는 "작업은 할수록 변하려 노력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투쟁하는 느낌"이라며 "이전의 논리성을 조금 덜어내고 동물적 감각으로 캐치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훈규의 'The Blue 2024'. 서믿음 기자

김훈규의 'The Blue 2024'.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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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2층 정면에 걸린 대형 작품 'The Blue 2024'(165x215㎝)는 두 가지 색을 섞는 실험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배경과 설정들, 전복된 자동차들은 유럽을 향해 우리가 지니는 막연한 사대주의를 꼬집는다.


이후 작가의 붓질이 선택한 소재는 종교다. 기독교의 붉은가재, 불교의 뱀, 천주교의 남방가재 상징은 통상의 종교 상징 체계에서 벗어나 작가 개인의 직관에 의존했다. 그는 "상징 체계 이용은 조심해야 한다. 처음엔 신선하지만 자주 사용하면 관용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이번 작업에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만을 사용했다. 단적으로 푸른 밤 붉은 십자가가 떠오르더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종교적 상징과 색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 관점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뜻이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김훈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김훈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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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 방식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정성이 요구된다. 과거 고려시대 불화 방식을 차용해 비단에 섬세하고 정교하게 수묵화를 그리는 게 특징이다. 다만 작품을 대하는 경직도는 다소 여유가 생기고 있다. 과거 철저한 계산에 따라, 모든 변수를 고려해 맨 바닥층에서부터 물감을 입혀 올라왔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즉흥에 맡긴다고 한다. 예술의 자율성 여지가 전보다 많아진 것. 그는 "예전에 아래서부터 차곡차곡 정교하게 접근했다면, 요즘은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편"이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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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대정신이 깃든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조부모에게 시대정신은 전후 복구였고, 후대에는 산업화, 이후에는 세계화였다. 제 세대는 오히려 정치성 회복이 시급한 시대정신 회복 과제"라며 "세계화 시대 때는 단합을 꾀했지만, 지금은 정치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데올로기 감옥에 갇힌 상황이지만, 옳은 기준을 제시해야 할 종교는 세속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시는 12월20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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