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마포, 경기에 집을 한 채씩 갖고 있다고 치자. 내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1%로 높아진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1%를 적용해, 집값이 50억원인데 1년에 5000만원씩 낸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힘)고 해서 집을 팔기로 했다. 어떤 집부터 처분해야 할까. 그리고 이 돈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은 하급지부터 팔아치우기 시작할 것이다. 확보한 현금은 최상급지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쏟아 넣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나 '똘똘한 한 채'는 중요하지 않은가. 대출이나 거래까지 막아선 정부이나, 실거주를 위한 거래까지 막을 수는 없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겹겹이 규제로 묶어 버린 10·15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등 상급지의 거래가 늘고, 곳곳에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가정을 방증한다. 이 돈을 증시에 투자했으면 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이겠지만 말이다.
보유세 조정의 폭이 10·15대책처럼 파격적이라면 이런 움직임은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상급지를 찾는 수요는 많아지고 집값은 다시 천정부지로 뛰게 된다. 반면 중하급지에 매물은 늘어나게 된다. 수요를 억제해 놨는데 매물까지 많아지면 집값은 확 내려갈 것이다. 단기간에 집값 양극화는 그 간격을 더욱 넓히게 된다.
이런 상황은 시나리오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8년 전 정부는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을 낸 바 있다. 다주택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전세 물량을 확보하려는 정책이다. 1년간 40만7000명이 입대주택사업자로 등록했다. 전년 대비 14만8000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의 세제 혜택 만료 기한이 내년이다. 보유세를 높인다면 이들의 '자산 정리'와 '똘똘한 한 채 챙기기'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강남 집값이 오르게 되면 10·15대책은 무색해진다. 집값이 오르지 않음에도 규제지역으로 묶여버린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나 금천구, 관악구, 구로구 등지에 집을 가진 시민들의 원성이 벌써 들리는 듯하다.
그나마 이들의 원성은 뒤로 할 수 있다. 강남에서 노·도·강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붙지 못하게 막은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전세의 품귀 현상과 이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로 막대한 비용을 주거비로 쏟게 된 젊은이들의 좌절감이나, 서울 시내에 집을 마련할 수 없게 된 신혼부부들의 한숨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책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강남 집값이 더 뛰게 되면 보유세 인상 효과도 사라진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1년 '재산세·종부세의 역할 정립을 위한 보유세제 재설계 방향'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재산세율을 높이더라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세 부담 인상 효과를 상쇄할 만큼 크다면 주택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마친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유세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제를 건드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면밀히 살피고 검토해야 한다. '벼락 거지'가 된 이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일본여행 가지 말라고?" 수십만명 항공권 취소하...
마스크영역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회사 왜 다녀요, 여기서 돈 많이 주는데"…부자 옆으로 갑니다 [세계는Z금]](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2510574730672_1764035867.png)











![[초동시각]국운을 건 AI 예산, 성공의 조건](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2809132824307A.jpg)
![[기자수첩] 하늘로 오른 누리호, 환호 뒤에 남은 단가의 그늘](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2811125441579A.jpg)
![[일과 삶]](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2811180247756A.jpg)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