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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대법원, 트럼프 관세 첫 심리…'비상권한' 두고 치열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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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PA 근거로 전 세계에 관세 부과 정당성 쟁점
보수 대법관도 합법성에 회의적
향후 결과,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적법 여부를 두고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공개 변론에서 행정부와 원고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상호 관세의 적법성을 주장했으나 원고 측은 관세 부과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향후 미국 기업의 수입 비용과 소비자 물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통상정책 전반에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국과 극적으로 무역협상을 타결한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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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미국의 무역적자를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에 부과한 관세의 위법성을 가리기 위한 첫 공개 변론이었다.

이날 워싱턴D.C.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심리는 오전에 시작돼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정부 측 대리인과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민주당 성향의 12개 주를 대리한 변호사들이 차례로 나서서 주장을 주고받으며 팽팽히 맞섰다.


방청석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직접 방청을 검토했으나 심리를 사흘 앞두고 "이 결정의 중대성을 흐리고 싶지 않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날 심리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 관세'가 적법한지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외국의 행위로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수출입 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 법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해 왔다.

정부 측을 대리한 D. 존 사우어 법무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 발동은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와 안보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관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조세권(power to tax)이 아니라 외교와 대외경제를 규율할 권한(regulate foreign affairs)에 관한 것"이라며 관세로 세수가 발생하는 것은 "부수적인 결과(incidental)"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사우어 차관은 또 "이 같은 조치가 여러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됐다"며 만약 이를 되돌릴 경우 "미국은 더 공격적인 국가들의 보복에 노출되고, 경제·안보 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측 대리인 닐 카티알 변호사는 "관세는 곧 세금이며, 과세권은 헌법상 의회에만 부여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IEEPA가 언제든, 어떤 나라든, 어떤 품목이든 대통령이 임의로 관세를 부과하고 바꿀 수 있는 권한까지 위임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정부가 이번에 승소한다면 의회의 권한은 사실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까지 관세 부과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세금 부과는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인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헌법이 조세권을 명확히 의회에 부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이 입법권의 행정부 위임(unconstitutional delegation)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이 논리가 지속된다면 권력이 점차 행정부에 집중되는 일방향식 톱니바퀴(one-way ratchet)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이 선출한 의회로부터 권력이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브렛 캐버노·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원고 측 논리에 비판적이었다. 캐버노 대법관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교역을 완전히 차단(shut down trade)할 권한은 주면서 1% 관세조차 부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하며 이를 "법의 비정상적인 빈틈(odd doughnut hole)"이라고 표현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과거 하급심 법원이 닉슨 전 대통령이 유사한 법률에 따라 관세를 부과한 것을 허용한 선례가 있다면서 이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앞서 1심 국제무역법원(USCIT)과 2심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통상 대법원의 주요 사건은 판결 확정까지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이번 관세 소송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르면 수주 내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처럼 신속한 심리 일정은 대법관들이 보통 6~7월 임기 말에 주요 결정을 내리는 관례와 달리, 몇 주나 몇 달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현재 보수 6명, 진보 3명의 구도로 구성돼 있다. 주요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린 전례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대통령 권한과 의회의 조세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이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자 미국뿐 아니라 관세 영향을 받는 전 세계 국가들에 막대한 경제·정치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관세 징수가 중단되거나, 이미 징수된 약 1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이 이뤄질 경우 재무부 재정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추진 동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며 세계 무역 질서 전반에도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WP는 "이번 결정은 세계 무역과 미국 경제, 인플레이션, 기업, 그리고 모든 미국인의 지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번 사건은 미국의 생사(Life or Death)가 걸린 문제"라며 "이기면 공정하고 막강한 경제·국가안보를 얻겠지만, 패하면 미국은 수년간 우리를 이용해 온 나라들 앞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 패하더라도 우회로는 있다. 백악관은 전날 설사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하게 내려지더라도 플랜 B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IEEPA 대신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관세부과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베선트 장관도 전날 CNBC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번 재판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권한들이 많다. 더 복잡하지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를 대체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변론이 진행되면서 예측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대법원에서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베팅이 크게 늘었다.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승리 가능성은 로버츠 대법관의 회의적인 질문 이후 약 20%로 하락한 후 이후 32%로 반등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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