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무안공항…지역민, 김해·인천으로
지역민 "시간·경제적 막심한 손해" 하소연
관광·여행업계 “손실 1천억…버티기 한계”
전남도 “안전 우선”…광주시 “국제선 검토”
유가족 “조사 의문…우리는 진실만 원해”
광주에 사는 39살 강민구 씨는 다음 달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금요일 오전 8시 40분 김해공항 출발 편이다. 전날 일을 마치고 곧장 갈지, 새벽에 출발할지를 두고 계산이 길어진다. "광주에서 김해까지 대략 260km라 휴게소 한두 번 들르면 3시간은 걸려요."
강 씨는 한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무안공항 참사가 너무 아픈 일입니다. 직접 추모도 다녀왔어요. 당장 불편은 감내해야죠."
무안국제공항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운항이 멈췄다. 1년이 다 돼가지만, 활주로는 여전히 비어있다. 안전 조치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이용객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김해·인천·청주로 옮겨 갔다. 버스표를 먼저 보고 항공권을 본다. 전날 밤 숙소를 잡을지, 새벽길을 달릴지, 작은 여행 하나에도 시간이 덧붙는다.
끊긴 하늘길, '광주라도 열자'는 절박함
내년 3월까지 동계 국제선 일정에 무안의 이름은 없다. 김해 37개, 청주 18개, 대구 16개, 제주 17개 노선이 편성됐지만 무안은 빠졌다. 광주·전남 관광업계는 운항 중단 이후 올해 6월까지 누적 손실이 1,000억원을 넘었다고 본다. 내년 3월까지 막히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석현 광주관광협회장은 "하반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사가 다시 연장되면 내년 연말까지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건의"라며 "추석 특수도 사라졌고, 여행업계는 버티는 단계조차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광주공항 임시 운항이 성사되면 추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며 "군 공항 문제와는 별개로 임시 국제선만이라도 열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러다 내년 연말까지 비행기가 못 뜬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정부와 국토부가 아무런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정 기간이라도 광주공항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지만, 우리도 숨만 겨우 쉬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역 업계의 호소는 지방의회 움직임으로 번졌다. 광산구의회는 지난달 31일 '무안공항 재개항과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운항'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국토부는 임시 취항 요청을 묵살하고 폐쇄 연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는 활주로 공사를 조기 완료하고 재개항 일정과 중장기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 지연·적자 누적…재개항 논의는 제자리
무안공항 재개항과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은 모두 제자리다. 참사 책임과 원인 규명이 끝나지 않았고, 활주로 끝단의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 시설 지지대) 철거·교체 공사는 아직 착수하지 못했다.
애초 8월까지 철거 후 경량 철골 구조로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공사는 멈춘 상태다. 국정감사에서도 "전국 공항의 콘크리트형 로컬라이저 철거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항 운영 중단은 3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됐다.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지사는 지난달 3일 "운영 중단 기간을 2026년 1월 5일 오전 5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무안공항은 전국 14개 공항 중에서도 만성 적자 공항이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안공항의 당기순익은 195억 원 적자로 전국 최하위였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200억 원 안팎의 손실을 냈다. 여수공항(164억 원 적자), 광주공항(68억 원 적자)도 사정이 비슷하다. 반면 김해·제주·김포공항은 400억 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지역 항공 수요가 제한된 상황에서 안전·시설 보강 예산까지 늘면 정부의 재개항 결정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광주시는 광주공항을 한시적으로 국제선에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국제경기·특별행사 외 부정기편 운항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불허했다. 광주공항 활주로(2.8㎞)는 무안과 같아 근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안전성과 예산 부담을 이유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유가족 "우리가 바라는 건 오직 진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일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발생 308일째를 맞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300일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진상조사가 참사의 책임자 중 하나일 수 있는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서 진행돼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항공철도사고조사법을 개정해 조사위원회를 국토부에서 독립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또 "항철위가 수집한 모든 자료를 유가족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늑장 조사와 정보 비공개가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블랙박스는 공개되지 않았고 조사 기록은 모두 봉인된 채 정부와 국회는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보상도 특혜도 아닌 오직 진실"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광주시 "안전 먼저…보완책 협의"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행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사고 기체 잔해가 놓여 있다.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전남도는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 확보를 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해당 주장에 대해 도 차원의 입장은 없다"며 "국토부가 이미 어렵다는 결론을 낸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 장관이 유가족에게 사고 원인 재규명을 약속한 만큼,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항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이어 "여행업계 등 지역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시설 안전성 강화를 위해 전담 TF를 꾸려 보완 대책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는 국제선 임시 취항과 관련해 국토부에 여러 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불허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신청했고 이후에도 협의를 이어갔지만, 국토부는 불허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유가족 협의에 따라 일정이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시는 그 결과를 지켜보며 국제선 재건의 등 현실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국토부가 광주·전남 등 피해지역의 경제 활성화 방안 용역을 추진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광업계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용역은 6월 시작돼 12월 12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승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단장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중간보고서를 12월 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라며 "공청회를 열고, CVR(음성기록장치)와 FDR(비행기록장치) 자료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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