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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조끼 입고 범죄조직과 싸운 멕시코 시장, 총격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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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방탄조끼 입고 경찰과 함께 순찰
멕시코 범죄조직, 잇따른 공무원·언론인 암살
정치인 등 1년 새 20여 명 살해 당해

마약 문제가 멕시코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20년째 '마약과의 전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공권력을 겨냥한 잔혹한 보복 살해가 끊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 상당수가 지방 도시 시장들이다. 이 가운데, 멕시코 도시의 현직 시장이 전통 명절인 '망자의 날' 행사 참석 중 범죄 조직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시장은 피살 전 인터뷰에서 범죄 조직에 희생된 역대 멕시코 지방 도시 시장들의 수난을 거론하며 "죽지 않고 싶다"고 말했지만 결국 총탄을 피하지 못했다.

'망자의'날 행사서 멕시코 미초아칸주 도시 우루아판의 카를로스 만소(40) 시장이 시내 광장에서 열린 '망자의 날' 행사 참석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망자의'날 행사서 멕시코 미초아칸주 도시 우루아판의 카를로스 만소(40) 시장이 시내 광장에서 열린 '망자의 날' 행사 참석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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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연합뉴스는 멕시코 현지 매체를 인용해 멕시코 정부가 폭력 집단에 강력히 대응하던 현직 시장 피살 사건을 규탄하면서, 과거와 같은 '마약과의 전쟁' 재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멕시코 미초아칸주 도시 우루아판의 카를로스 만소(40) 시장이 시내 광장에서 열린 '망자의 날' 행사 참석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용의자들은 시민들이 죽은 친지와 지인 등을 추모하는 의식을 치르던 상황에서 시장을 겨냥해 일곱 발의 총격을 가했다. 만소 시장은 테러에 대비해 평소 방탄조끼를 입고 다녔는데 피격 당시 착용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우보이모자 쓰고 방탄조끼 입고 범죄와 싸우는 시장'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만소 시장을 추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카우보이모자 쓰고 방탄조끼 입고 범죄와 싸우는 시장'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만소 시장을 추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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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한 명은 사살하고, 두 명을 체포했다. 멕시코에서 현직 시장이 피살된 것은 지난달 이달고주 피사플로레스의 미겔 바헤나 솔로르사노 시장이 귀가 도중 괴한의 총에 숨진 뒤 2주 만이다. 경찰은 범죄 조직 척결을 공개적으로 외쳐온 만소 시장에게 앙심을 품은 범죄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우루아판은 멕시코의 핵심 수출 작물인 아보카도 재배의 중심지로 '멕시코의 아보카도 수도'라고 불리는 곳이다. 아보카도 산업 이권을 둘러싸고 범죄 조직들이 농가를 상대로 갈취와 폭력을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또한 마약 원료 작물 경작지가 있어 마약 밀수의 핵심 경유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만소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공언했다. "체포에 저항하는 범죄자는 사살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직접 방탄조끼를 입고 흰색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경찰과 함께 순찰에 나서기도 했다. '카우보이모자 쓰고 방탄조끼 입고 범죄와 싸우는 시장'으로 인지도를 높인 그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지원도 요청했다.

만소 시장의 장례가 엄수된 이날 우루아판과 미초아칸주 등지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폭력과 정부의 부패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만소 시장의 사진을 든 채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을 향해 "정의" "모레나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로이터연합뉴스

만소 시장의 장례가 엄수된 이날 우루아판과 미초아칸주 등지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폭력과 정부의 부패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만소 시장의 사진을 든 채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을 향해 "정의" "모레나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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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소 시장의 장례가 엄수된 이날 우루아판과 미초아칸주 등지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폭력과 정부의 부패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만소 시장의 사진을 든 채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을 향해 "정의를 구현하라", "모레나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지난 9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선 "또 한 명의 '살해된 시장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끝내 범죄 조직에 피살된 또 한 명의 멕시코 시장이 됐다. 멕시코는 미국으로 들어가는 마약의 핵심 루트와 중간 기지 역할을 하고 있고, 멕시코 카르텔은 마피아 못지않은 글로벌 마약 조직으로 성장했다.

20년째 '마약과의 전쟁' 중인 멕시코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은' 2006년 말 시작됐다. 펠리페 칼데론 당시 대통령(2006∼2012년 재임)이 취임 직후 마약 밀매 조직 소탕을 위해 미초아칸주에 군과 연방 경찰을 투입하며 전쟁 개시를 알렸다. 후임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2012∼2018년 재임)까지 이 정책을 계

승하면서 멕시코에서는 10년 넘게 일부 지역에서 군·경찰과 카르텔 간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특히 칼데론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군경과 마약 조직 간 충돌이 빈번하게 이어졌고, 지방 도시 시장 등 지역 정치인 90여 명이 범죄 조직의 총격 등으로 희생됐다. 이후 중도 엔리케 페냐 니에토(2012~2018년 재임) 대통령은 무력 충돌 대신 강력 범죄 단속에 비중을 뒀고, 좌파 안드레아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2018~2024년 재임) 대통령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이른바 '카르텔 포용 정책'을 채택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에도 두 지도자 재임 기간 시장과 시의원 등이 살해당한 사례는 100건에 육박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FP연합뉴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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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임자보다 적극적인 마약 조직 단속 정책으로 전환을 모색했지만, 시장과 시의원 등을 겨냥한 공격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재임 이래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는 게레로주 도시 칠판싱고의 알레한드로 아르코스 시장이 취임 엿새 만에 참수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6월에는 미초아칸주 도시 테팔카테펙의 마르타 멘도사 시장이 남편과 함께 총격에 목숨을 잃었고, 같은 달 오악사카주 도시 산마테오 피냐스의 릴리아 헤마 가르시아 시장과 직원들도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전 정부 때와 같이 마약 카르텔 대대적 소탕 작전 같은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 당시처럼 우리 정부에 지역을 통제하고 군사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접근법은 (범죄억제)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마약과의 전쟁)으로 지금 같은 폭력을 더 심화했다는 게 바로 멕시코에서 실증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현지에서는 '마약과의 전쟁' 정책에 대해 '실패'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마약 밀매 조직을 와해하면, 무주공산으로 변한 마약 수송통로를 차지하기 위한 다른 조직 간 세력 다툼으로 일대에 피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2017년의 경우 멕시코의 살인율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최상위권으로 인구 10만명당 25명에 달할 정도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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