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
"모세관력 현상 활용해 제조 난도 절반 이상 낮춰"
국내외 십수곳 제약사 관심…1곳과는 이미 논의 중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해 '차세대 약물 전달 시스템'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연구진 개발 기술이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와 윤현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주사 없이 대용량 약물을 빠르게 전달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SFMNP)'를 최근 개발했다. 이를 소동물 모델에 부착한 결과 10분 이내에 림프절까지 조영제가 도달했으며, 기존 주사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약물이 성공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미세 바늘 수백개를 피부에 부착해 약물을 체내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주삿바늘보다 훨씬 작아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만 미세하게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고 주사에 대한 공포심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기적인 투약이 필요한 만성 질환 관리나 백신 접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퓨쳐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시장은 2019년 6억2160만 달러(약 8671억원)에서 연평균 6.5%씩 성장해 2030년 12억3900만 달러(약 1조72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사 이빨 원리로 비용 절감"…韓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 상업화 박차
AD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기존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약물 적재량이 적거나, 약물이 피부 표면에서 빠르게 퍼져 간질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경우 제조가 복잡해지거나 비용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모세관력을 활용해 고용량의 약물이 스스로 피부 속 간질공간으로 유입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했다. 모세관력은 액체가 아주 좁은 틈에서 외부 압력 없이도 스스로 퍼져나가는 힘이다. 연구팀은 모세관력을 활용하기 위해 크기가 큰 약물 저장소부터 1㎜ 크기의 홀, 미세한 마이크로니들까지 크기가 다른 통로를 계층적으로 연결한 연속 구조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설계했다.


이에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에는 약물이나 조영제를 저장할 수 있는 큰 저장소가 포함돼있으며, 저장소의 약물이 1㎜ 크기의 홀을 통해 패치로 이동하게 된다. 패치 표면과 피부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 통로를 따라 모세관력 현상으로 약물이 퍼지면서 마이크로니들까지 자발적으로 도달하는 것이다.


전재용 교수는 '독사 이빨'에서 영감을 받아 모세관력을 활용한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는 아시아경제에 "독사의 이빨은 주사기처럼 안쪽이 비어 독을 짜 넣는 구조가 아니라, 바깥쪽에 파인 홈을 따라 독이 효율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원리를 이용한다"며 "기존의 속이 빈 바늘을 정교하게 소형화하는 복잡한 미세 공정과 달리 홈을 파는 방식은 단순하게 본을 뜨는 작업으로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전재용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이 기술은 피부가 굳고 약물 전달이 어려운 림프 부종 모델에서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했다. 그는 "림프 부종 질환의 특징은 조직 내 압력이 높으며 피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진다는 것"이라며 "이런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약이 효율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기존 기술의 단점이었던 제조 난도 및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대용량 약물 전달 효율까지 확보함으로써, 한국이 차세대 약물 전달 시스템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전 교수는 "만드는 공정 자체가 단순해지며, 제조 과정이 간단해져 상용화에 큰 장점을 가질 것"이라며 "생산 난도가 절반 이상 줄었기에 제조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D

연구팀은 이러한 경제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제약사들과의 협업 논의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외 십수곳 제약사의 관심을 받고 있고, 국내 제약사 한곳과는 이미 구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수는 "적응증에 따른 임상이 따로 필요하긴 하지만 모든 종류의 의약품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생산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있기에 기업 측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