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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실망·극적타결 긴박했던 '3시간'…김용범 "年 200억 달러, 마일스톤 방식 투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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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인터뷰
한미 정상회담 당일 오전 급변한 관세 협상 기류, 美측이 먼저 연락
"투자 원금 회수 前 수익 배분 비율 5대 5·철강 품목 관세는 아쉬운 부분"

"주택 공급 필사적으로…관계 장관회의 이달 출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GDP 회복세 가팔라…"내년 더 좋을 것"

시간은 애타게 흐르기만 했다. 한미 정상회담 열리기 하루 전만 해도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내용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우리 협상팀은 '최대 연 200억 달러 분할 투자' 조건이 한국 외환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들어 집요하게 설득했지만, 미국 측은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 안 하던 '잠꼬대'를 할 정도로 압박감은 커졌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점점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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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진척이 없었던 한미 간 협상 분위기가 한미 정상회담을 몇시간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으로 건너오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고, 한국이 제시한 조건을 미국 측이 일부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정상 간 톱다운 의사 결정이 협상 타결에 결정인 영향을 미쳤다. 김 실장을 포함한 협상팀은 당일 오전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 오전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를 했고, 결국 최종 결론을 내는 데 성공했다. 김 실장은 "(두 정상이) 두 번째로 만나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도 있고 해서 (정상회담) 전날 만해도 답답한 상황이 지속됐다"면서 미국으로부터 바뀐 제안이 온 이후 APEC CEO 서밋 행사장에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타결된 시점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시 7분부터 시작한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참모들이 말하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매우 터프하다고 했다"고 소개한 때라고 부연했다.


긴박하게 진행된 원격 협상 결과 한국은 미국에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2000억 달러를 현금(equity)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우리 기업 주도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현금(equity)·보증(guarantee) 등 혼합 방식으로 투입된다. 3500억달러 현금 선불(up front) 지급을 요구했던 미국이 한국 협상팀의 집요한 설득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투자 원금 회수 이전 투자 수익 배분 비율은 미국의 요구인 5대 5로 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투자 원금 회수 전 수익 배분 비율을 5대 5로 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연 200억 달러 분할 투자'를 얻어냄으로써 "외환시장 충격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 200억 달러는 외화 운영 수익 등을 합해서 지급 가능한 수준"이라며 "200억 달러도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투자금을 지급하는 마일스톤(Milestone·기성고) 방식으로 내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타결 내용을 담은 A4 2~3쪽 분량의 '조인트 팩트시트'와 30개 조항으로 이뤄진 '양해각서(MOU)'는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올 전망이다.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이 담기고, MOU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내용이 담긴다. 김 실장은 "MOU 내용 중 일부가 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될 수 있지만, 두 문서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MOU는 사인이 돼야 조인트 팩트시트 내용에 반영되므로 거의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이후 논란이 일었던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내용은 조인트 팩트시트에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이 논란은 러트닉 장관이 정상회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회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남기면서 시작됐다. 김 실장은 "반도체 관세 관련한 내용은 MOU에는 담기지 않지만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담긴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는 미국이 어느 나라에도 예외를 둔 적이 없는 탓에 다루지 못했다면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협상 타결에 따라 25%에서 15%로 인하되는 대미 관세는 11월 1일 기준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관세 인하는 합의 이행을 위한 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이 속한 달의 첫날로 소급된다. 김 실장은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 심의 절차를 통과하면 11월 1일 소급해서 관세 인하 시점이 결정된다"고 했다.


"주택 공급 확대 위한 관계 장관회의 이달 출범시킬 것"…서울시 역할도 매우 중요

김 실장은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한 공급대책에 속도를 내고자 이달 내 '주택 공급 확대 관계 장관회의'를 출범시키고,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 관련 조직도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원칙을 가지고 하는 한미 관세협상보다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게 더 어려웠다고 소회하면서 "현재 시장상황 보면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 필사적으로 주택 공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주택 공급 관계 장관을 만들고 있다. 관계되는 모든 장관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국토부와 LH에 관련 조직을 늘려 우면산, 서리풀 등에 사업 담당자를 지정하는 식으로 주택 공급을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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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을 위한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도 촉구했다. 집값을 안정화하려면 서울에 안정적으로 주택이 공급돼야 하는 데 재개발·재건축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지적이다. 그는 "국토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서울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서울시 내 주택공급의 70~80%는 서울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주택 인허가 업무를 하는 데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면 각 자치구에 권한을 배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경기도의 경우 각 시도가 역할을 하는데 서울시는 자치구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중앙정부와 서울시, 서울시와 자치구의 관계 등 거버넌스를 다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에 중공업 지역이 많은데 그런 것도 개발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급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GDP 회복세 가팔라…"내년 더 좋을 것"

김 실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 경제 회복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견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치(1.0%) 보다 0.2%포인트 높은 1.2%를 기록했다. 민생 소비쿠폰 지급에 이어 수출과 투자까지 개선된 결과다. 통화지표에 대해서도 광의통화(M2)가 지난해 대비 8%(8월 기준) 증가했다면서 경제활동의 열기가 올라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 실장은 "거시경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면서 "주가 상승은 버블이라기보다 펀드멘털의 회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역성장과 2분기 제로(0) 수준에서 6월 이후 실물과 금융 지표가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성장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식시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60%나 올랐다. 넘을 수 없다고 봤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며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전력 등 분야에서 한국이 중심국가로 떠올라 수출·투자·소비가 지속해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 실장은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해 부동산보다는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게 하는 게 바람직하며 은행 역시 주택 대출 이외에 기업 대출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산분리 완화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식으로 논의해가겠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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