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화' 이은 두 번째 도전, 프리미엄 라면 '승부수'
3년 전부터 신제품을 기획, 우지 유탕 라면 재해석
"김정수 부회장, 시간은 흘러도 정신은 남는 법이지. 사람을 향한 마음이 담긴 삼양 1963을 지금의 시대에 잘 전해주길 바라네."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삼양 1963' 출시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삼양식품 의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육성이 영상으로 울려 퍼지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눈가가 붉어졌다. 김 부회장은 "창업주이신 시아버님이 평생 품고 계셨던 한을 조금은 풀어드린 것 같아 울컥했다"면서 "그분의 정직과 초심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삼양식품은 1989년 11월 3일 '우지(牛脂) 파동'으로 생산이 중단된 우지 유탕(油湯) 라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리미엄 신제품 '삼양 1963'을 공개했다. 제품명 '1963'은 한국 최초의 라면이 출시된 해이자 삼양의 창업정신이 시작된 해를 의미한다.
진심으로 만든 음식은 결국 진심으로 돌아온다
김정수 부회장은 행사에서 '삼양 1963' 모형에 직접 '라면의 귀환'이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그러면서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바른길로 돌아간다)'을 강조했다. 그는 "'삼양 1963'은 삼양이 세상에 드리는 한 그릇의 약속이며,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명예회장님을 자주 떠올렸다"며 "그분께서는 늘 '진심으로 만든 음식은 결국 진심으로 돌아온다'고 말씀하셨다. 그 진심이 오늘 이 자리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우지 파동'이 일어난 1989년 11월 3일로부터 정확히 36년이 되는 날이었다. 1960~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양라면은 점유율 70%를 웃돌며 '국민 식품'으로 불렸다. 그러나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법원은 1995년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미 소비자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공장 불이 꺼지고 직원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김 부회장은 "1989년 11월 3일은 왜곡된 정보와 잘못된 여론이 회사를 무너뜨린 날이었다"며 "당시 명예회장님께서 '절치부심, 이를 갈며 다시 일어서라'고 하셨던 말씀을 붙잡고 우리는 다시 불을 지폈다"고 회상했다.
'꿀꿀이죽'에서 '프리미엄 라면'으로
고 전중윤 명예회장은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계기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브랜드의 출발점인 남대문 인근에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김 부회장은 "3년 전부터 신제품을 기획했다"며 "언젠가는 반드시 이 라면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숙명 같은 마음이 회사 내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가는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맛있고 품질 좋고 영양가 있는 제품을 만들자고 했더니 연구원들이 정말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썼다"며 "임직원의 염원과 긴 연구개발 끝에 완성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양 1963'은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황금 비율로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골든블렌드 오일은 면의 맛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조리 시 면에서 용출돼 면과 육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액상 수프와 후 첨 분말 플레이크를 적용해 원재료의 풍미를 더욱 살렸다. 사골육수로 면에서 우러나온 우지의 풍미를 높여 깊은 맛을 더하고, 무와 대파, 청양고추로 깔끔한 뒷맛과 얼큰함을 강조한 국물을 완성했다. 플레이크는 큼직한 크기의 단 배추, 대파, 홍고추로 구성해 풍부한 식감과 감칠맛도 더했다. 현장에서 직접 시식한 '삼양 1963'은 국물에서 짙은 고기 육향이 느껴졌고, 농심 '신라면'보다 매운맛이 강했다. 면발은 팜유로 튀긴 일반 라면보다 탄력 있고 쫄깃했다.
신제품 가격은 마트 기준 개당 1538원으로, 농심 '신라면블랙'과 유사한 프리미엄 라면 가격대다. 삼양식품은 우선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한 뒤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채혜영 삼양식품 삼양브랜드부문장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라면을 기꺼이 선택할 만큼 인식이 바뀌었다"며 "시장 수용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우선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매출 목표는 기존 삼양라면보다 높게 잡았다"고 했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2년 출시된 불닭 시리즈는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되며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삼양 1963'은 이 같은 해외 성장세 속에서 삼양 브랜드의 뿌리를 되짚고, '정직한 맛'이라는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주식도 부동산도 아냐…직장인 '83%'가 선택한 재...
마스크영역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비주얼뉴스]최장 셧다운에 다급해진 트럼프 '000카드' 외쳤다](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0514274595884_1762320465.jpg)


![[비트코인 지금]금융위, 가상자산 시세조종 혐의자 고발 의결…](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0416333394350_1762241612.jpg)

![[시시비비]연체 지워주는 나라보다, 성실 기억하는 나라로](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0514042901508A.jpg)
![[아경의 창]고기 먹고 튀어! 올해의 유쾌한 발견](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0511054947329A.jpg)
![[기자수첩]골목상권을 죽이는 법](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269/2025110510484242540A.jpg)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