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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Fed 내 이견,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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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내 반대 의견 자주 등장하고 있어
불확실한 경제가 낳은 자연스런 결과
'합의의 시대' 여전히 유효해

조너선 레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블룸버그

조너선 레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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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민주주의가 곧 '공정함'이라고 배워왔다. 예를 들어 대마초를 합법화할지 고민된다면? 투표에 부치면 된다. 저녁 메뉴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면? 투표로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단순히 찬반 투표로 정하는 방식이 언제나 이상적인 건 아니다. 기업 이사회, 과학 자문위원, 세계 주요 중앙은행 등은 '합의'를 통해 움직인다. 즉,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존중하며 논의를 거쳐 방향을 정한다.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논의 과정을 신뢰하며, 결국에는 대부분이 공통된 전략에 뜻을 모은다. 이때 만장일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선호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에서 발생한 '이견'이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해 "Fed의 합의 문화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 "그간의 합의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인 Fed에 과연 최선인가" 하는 논쟁이 커지고 있다.


물론 완전한 의견 일치가 항상 가능한 건 아니다. 지난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는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75~4.00% 범위로 조정했다. 그런데 서로 반대 방향의 의견이 두 개 나왔다.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0.5%포인트 더 큰 폭으로 내려야 한다"고 했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이번에는 인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는 세 번째 연속으로 반대표가 등장한 사례였다. 지난 7월 회의 때는 두 명의 이사가 반대했는데, 이는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의 금리 경로와 관련해 제롬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12월)에서 어떻게 할지를 두고 내부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분명한 변화다. 2022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는 단 한 차례의 반대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10번의 회의 중 6번이나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런 반대는 대부분 불확실성이 클 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여파 속에 4번 연속 반대가 있었고, 2016년에도 재닛 옐런 당시 의장이 금리 인상 폭을 조율할 때 3번 연속 반대가 있었다. 다시 말해, 반대 의견의 빈도 증가는 '복잡한 경제 환경'의 결과이지, '제도 붕괴'의 징후가 아니다. 지금 상황은 이를 설명하는 데 딱 들어맞는다.


Fed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dual mandate)를 동시에 추구한다. 두 변수 중 하나가 명확히 나쁘면 합의를 이루기 쉽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양호하면서도 뭔가 아쉬운 상태다.


물가는 아직 목표치인 2%보다 약간 높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실업률도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다. 두 지표 모두 악화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런 불확실한 국면에서는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운 게 자연스럽다. 실제로 다른 중앙은행들도 내부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두 명이 반대했고, 영란은행도 지난달 회의에서 같은 일을 겪었다.


그런데 이들 중앙은행의 의사 결정에 '신뢰를 훼손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월 의장이 지금까지 이 정도 합의를 유지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번 회의의 반대표 중 한 명인 마이런 이사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인사다. 또 다른 반대는 매파(금리 인상 선호) 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비판자들이 "이견이 늘고 있으니 파월 의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금리를 더 낮출 사람"을 새 의장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 5명 중 4명은 이를 반영한 인사다. 케빈 워시 전 이사는 최근 태도를 바꾼 매파로 예외다. 이 같은 인사 구성이면 반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같은 조직에서는 가능한 한 합의를 지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용하다. '합의의 시대'는 1990년대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는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중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강화됐다.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나 채권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 위해 명시적인 약속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됐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개별 위원의 표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지만, 한 연구에서는 ECB 내부의 의견 불일치가 시장 신호를 흐리게 한다는 증거가 있다. 또 '만장일치 추구형 위원회'가 '다수결 위원회'보다 나쁜 결과를 낸다는 근거도 거의 없다.


전 Fed 부의장 앨런 블라인더와 존 모건이 진행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 입문 강의 수준을 수강한 학생들에게 중앙은행 총재 역할을 시켜본 것이다. 학생들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경제 충격에 대응하면서 실업률과 물가를 목표치 근처로 유지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매회 최대 25달러를 벌 수 있었는데, 목표를 크게 벗어나거나 금리를 자주 바꾸면 감점을 받았다. 즉, 불필요한 정책 변경을 피하도록 설계된 실험이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서로 협력해 결정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한 개인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 그리고 만장일치 요건을 추가했을 때도 성과나 결정 속도 모두 나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수결 방식으로 운영된 그룹 중 상당수는 결국 자연스럽게 만장일치로 귀결됐다.


반대 의견이 불가피한 시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Fed는 국민과 시장에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 하며, 실제로 합의가 없는데 '있는 척'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합의의 시대'가 잠시 흔들리는 국면에 놓여 있다.


Fed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최근의 변화를 지도력 약화나 제도 개혁 필요성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됐다. 오히려 Fed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난제를 누구보다 잘 관리하고 있다.


조너선 레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is Fed Dissent Looks Tame Compared With What's to Come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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