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이어 불가리아, 헝가리도
동유럽 각국에서 미군 감축 움직임
안보위기 확산, 러 확전 우려
미국 정부가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불가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에 배치됐던 미군을 감축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잃은 재래식 전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어 동유럽 일대 미군의 축소가 자칫 전쟁 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전면 철수가 아닌 병력 재배치라 해명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는 유럽국가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나토 내 군사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동유럽에서 미군 줄줄이 감축…"12월부터 추가 감축"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포스트는 최근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루마니아 주둔 미군의 감축을 시작으로 불가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에서 12월 중순부터 미군의 추가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순환 배치가 종료되면 내년에 또다시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감축될 예정인 동유럽 국가들에는 미국 정부의 통보가 전해졌다고 키이우포스트는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루마니아 주둔 미군 2200여명 중 12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철군 조치에 대한 성명에서 "동유럽 지역에서의 철수가 아닌 유럽 주둔 육군의 전력 향상에 따른 제한적 재조정이며 계획된 감축 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라며 "폴란드와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주둔 병력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유럽에서 감축된 미군은 일단 미국 본토로 송환된 뒤 다시 재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CNN은 "감축된 미군이 동유럽에 재배치되진 않고, 본토에 송환된 이후 아시아 지역에 재배치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병력 감축은 중국 억제력 강화를 위한 미군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美 병력 재배치라면서도…"나토 방위는 유럽국가가 주도해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 "나토 방위는 유럽국가들이 주축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병력 재배치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미 국방부의 입장에도 유럽국가들은 앞으로 대규모 미군 감축이 잇따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해서 나토 방위를 유럽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들이 나토를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은 동맹에 대한 의무를 계속하겠지만 다른 나라들도 국방력을 강화하길 기대한다. 무임승차자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 이후 2주 정도 뒤에 루마니아에서의 철수가 발표됐다.
현재 유럽 내 주둔 중인 미군은 총 8만40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미군 유럽주둔 사령관이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EUR)을 겸직하며 나토 작전 지휘권을 함께 갖고 있으며 미국은 여러 전략 자산과 함께 핵 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 주둔 미군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에서 나토의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EUR)을 더이상 맡지 않는 것을 검토한다고 발언했다가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발표가 나오자 6월에 다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후 EU에서도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안보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빨라지는 러 재무장 속도…동유럽서 전쟁 억제력 약화 우려
한편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 재무장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다. 다라 매시코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의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군이 전쟁 초창기 실패를 바탕으로 전력을 빠르게 회복 중"이라며 "무인기(드론)과 포병간 전술통합, 전자전 능력, 새로운 군사 장비 도입 등을 통해 크게 진화됐으며 앞으로 서방의 실질적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가 막대한 재래식 전력 손실을 입었을 당시에는 러시아의 나토 국가 침공 가능성은 2032년 이후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3~5년 내, 즉 2029년 전후로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가 예상보다 빨리 재래식 전력을 회복하고 전시경제 체제로 전환한데다 추가 병력 모집을 통해 육군 병력을 기존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려 추가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 정보당국 내에서도 러시아가 2029년 이전에 확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마르틴 예거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은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빨라야 2029년에 가능할 것이란 가정에 안주해선 안 된다"며 "언제든 유럽 특정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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