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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게 절대 투자 조언 물어보지 마"…투자금 모두 날릴 위험 높아[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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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AI에 '코인 투자' 시켰더니
中 AI 챗봇 성적 압도적이었지만
20배 레버리지 투자 등 극단적 전략
의도 모르는 AI 의사 결정 위험성

챗GPT, 제미나이, 딥시크, 알리바바 크웬, 엑스(X) 그록, 앤스로픽 클로드 등 6개의 인공지능(AI) 챗봇들이 가상화폐 투자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부분 미국 업체가 개발한 챗봇이었지만, 중국의 대표 대형 언어 모델(LLM)인 딥시크와 크웬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미·중 자존심 경쟁'으로도 주목 받았지요.

미국 AI vs 중국 AI…투자 대회 성적은

미국, 중국의 대표 인공지능(AI) 챗봇들이 참가한 투자 대회 '알파 아레나'. 제이 아장 엑스(X)

미국, 중국의 대표 인공지능(AI) 챗봇들이 참가한 투자 대회 '알파 아레나'. 제이 아장 엑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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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테크 산업 전문 투자자 제이 아장(Jay Azhang)은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AI 챗봇 투자 대회를 열어 업계의 주목 받았습니다. 대회는 모의 투자가 아닌 실제 가상화폐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열렸습니다. AI 챗봇들은 투자금 1만달러(약 1430만원)로 각각 원하는 종류의 가상화폐에 투자해 최고 수익률을 창출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중국 챗봇인 크웬과 딥시크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제미나이와 챗GPT의 실적이 가장 저조했습니다. 특히 두 챗봇은 지난달 27일 기준 총 자산이 3000달러(약 428만원)로 원금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반면 크웬은 9000달러(약 1286만원) 넘는 이익을 내 총 자산이 1만9000달러(약 2715만원)를 초과했고, 딥시크는 1만8046달러(약 2579만원)를 기록했습니다.


총 자산을 80% 이상 늘린 크웬, 딥시크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제이 아장 엑스

총 자산을 80% 이상 늘린 크웬, 딥시크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제이 아장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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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결과는 AI 및 금융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최첨단 AI 데이터센터를 동원해 개발한 챗GPT나 제미나이가 중국계 모델에 뒤처진 게 의외라는 의견이 많았지요.


공개된 AI 챗봇들의 투자 전략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크웬이나 딥시크는 단순히 비트코인의 20~25배 선물 투자를 감행해 큰 이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 1주일간 5%만 상승해도 100%의 수익을 확보하지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면 원금 전체가 사라지는 극단적인 고위험 전략이지요.

제미나이·챗GPT는 다양한 가상자산에 대한 매수·매도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 복잡한 투자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대회가 열렸던 1주일 동안은 비트코인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고, 덕분에 크웬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트코인(BTC)의 20배 선물에 투자한 크웬. 만일 비트코인의 가격이 5% 상승하면 100% 수익률을 달성하지만, 그 반대라면 원금 전체가 청산된다. 제이 아장 엑스

비트코인(BTC)의 20배 선물에 투자한 크웬. 만일 비트코인의 가격이 5% 상승하면 100% 수익률을 달성하지만, 그 반대라면 원금 전체가 청산된다. 제이 아장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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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에 대회에 대한 소견을 남긴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이번 대회는 시장의 랜덤 워크(Random walk·무작위 행보. 주식 가격의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론)를 입증하는 사례"라며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시장에서는 단순한 전략으로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그건 순전히 행운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장 또한 "(AI들의 실적 격차가) 실력 때문인지, (자산 가격의) 변동성 때문인지 알기 힘들다"고 인정했습니다.

AI가 관리하는 금융 시장, 향후 위기 시발점 될 수도

AI 투자 대회는 또 다른 시사점도 남겼습니다. 바로 'AI를 믿고 투자 같은 중대한 의사 결정을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각 AI 모델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투자 전략을 구사했지만, 정작 그런 전략을 구사한 이유나 논리는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20~25배의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결정을 거리낌 없이 내리기도 했지요. 만일 대회가 아닌 실제 투자였다면, 고객이 맡긴 투자금을 송두리째 청산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회를 지켜본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절대 챗GPT에게 투자 조언을 묻지 않겠다", "감정이 없어서 그런지 AI들은 진짜 도박사처럼 행동한다" 등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2010년 5월6일 미국 뉴욕 다우지수가 갑자기 100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플래시 크래시' 사건. 시장 불안 루머가 퍼진 뒤 알고리즘이 일괄적으로 자산을 매도하면서 벌어진 일로, 알고리즘 기반 투자의 위험성을 드러낸 첫 사건이었다. 다우지수 홈페이지

2010년 5월6일 미국 뉴욕 다우지수가 갑자기 100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플래시 크래시' 사건. 시장 불안 루머가 퍼진 뒤 알고리즘이 일괄적으로 자산을 매도하면서 벌어진 일로, 알고리즘 기반 투자의 위험성을 드러낸 첫 사건이었다. 다우지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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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향후 금융 시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불안정하고 변동성 큰 시장 데이터로 인해 AI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이런 결정의 연쇄 작용으로 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9월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소속 연구원인 막시밀리안 구엔네비그(Maximilian Goehmann)는 영국 정부 재무위원회에 낸 서면 보고에서 "현재 AI는 주식 등 금융 시장 매매를 혁신하고 있지만, 사소한 데이터 오류로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소한 실수로 보인다고 해도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구엔네비그에 따르면 AI는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신속성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자본을 집행하지만,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중간에 멈추거나 철회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만일 금융 시장에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겨 AI 알고리즘이 일제히 자산을 매도한다면, 순식간에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길 수 있습니다. 구엔네비그는 "2010년 5월 미국 주식 시장이 단 몇 분 만에 갑자기 1000포인트 급락했던 '플래시 크래시' 사건이 대표적"이라며 "AI를 훈련하는 데이터 품질에 대한 투명성, 규제 당국의 모니터링, 실시간 위험 관리 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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