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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F학점 받은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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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콘텐츠 경쟁이 된 국정감사의 민낯

[초동시각]F학점 받은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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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는 다시금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다. NGO 국정감사 모니터링단은 올해 국감과 관련해 '저질 국정감사' 'F학점' 이라는 낙제점을 줬다.


당초 이번 국감을 준비하면서 '국감 핫인물'이라는 코너를 통해 국감 위원(국회의원)이나 증인, 참고인 등의 활약을 지면에 담고자 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이들을 소개하고, 알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주간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런 구상은 연이어 난관에 부딪혔다. 출입 기자들은 여러 인물 가운데 누구를 고를지 고민하기보다는, 어쨌든 한 명을 골라야 한다는 고민 속에 머리를 쥐어짜야 했을 정도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여야가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번 국감은 비상식의 연속이었다. 외모나 말투, 이름 등을 조롱하는 모습 속에서는 상대방 존중은커녕 비하와 경멸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국감은 왜 최악으로 치달았을까. 내란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결과에 따라 정당해산 등 극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요인이 있겠지만, 갈등의 또 다른 축에는 팬덤 정치가 한국 정치 엔진으로 자리 잡은 까닭이 크다.


내년 6월3일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도로까지 깔리니, 극단적인 대결은 오히려 심화했다. 이는 당내 경선을 겨냥한 정치 노림수와 무관하지 않다. 강성지지층이 선호하는 후보일수록 경선 승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국감을 '쇼츠' 콘텐츠를 생산하는 막말 경연장으로 이끌었다.

당원주권을 내세우는 정당은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당원들, 특히 강성 당원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이 과연 경쟁력 있는 정치인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광역단체장 관련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 분화 양상이다. 가령 서울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강한 편이지만, 후보별 가상 맞대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의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지자체장의 경우 유권자들은 정치성향에 따른 신념이나 가치지향형 판단을 하기보다는 소비자의 구매 행위에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격투기 같은 정치무대에서 경쟁력을 선보인 정치인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방정치도 자극적이고 대결지향적이며, 투쟁적인 방식으로 이끌 공산이 크다. 지방정치 피로감이 커질 경우 재선, 3선 가능성은 떨어진다. 경선보다는 본선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이후 재집권을 노린다면 지금의 정치문법은 변화가 절실하다. 후보 경쟁력은 본선과 국정 능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쇼츠' 등에 집착하는 정치인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알고리즘 등을 통해 '쇼츠'를 접하는 유권자들은 유연한 사고보다는 기존 판단을 강화하는 식으로 미디어를 소비한다. 정치적인 우군인 집토끼만 단속하는 구조인 셈이다. 중도 성향 유권자와 생각이 다른 유권자까지 설득하는 방식이 되려면 보다 체계적인 설득 작업이 요구된다. 호통치고, 웃겨주는 쾌감만으로는 정치적으로 집토끼와는 반대 개념인 이른바 '산토끼'를 설득할 수 없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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