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여당, 트럼프 덕에 선거압승
美 필요에 따라 선거개입 가능성 우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유전진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개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아르헨 자유전진당, 소수당에서 거대당으로 변모…트럼프 노골적 지지
자유전진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 20석, 하원 100석을 획득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원래 소수 정당이었던 자유전진당은 상원 전체 72석 중 6석, 하원 257석 중 37석만을 보유한 미니 정당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로 하원에서 야당의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선인 86석을 훨씬 넘어서며 거대 정당으로 급성장했다.
이같은 극적인 반전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선거 개입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 아르헨티나의 통화스와프 200억 달러 요청을 받아들였고, 자유전진당이 승리할 경우 4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외국 정상이 특정 정당의 승리를 조건으로 막대한 금융 지원을 약속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노골적인 선거 개입으로 평가된다.
사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참패 위기에 몰려 있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당시 전기톱을 들고 정부 조직 개혁과 고비용 절감을 공약하며 당선됐지만, 공격적인 긴축 정책으로 국민적 불만이 커진 상태였다. 물가는 잡혔지만 경기가 급격히 침체됐고, 취약계층 복지가 대폭 축소되면서 민심이 이반됐다. 여기에 측근들의 연이은 부패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선거 전망은 암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막대한 금융 지원 약속이 게임 체인저가 됐다.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에게 미국의 금융 지원은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했고, 선거 판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아르헨티나 내부에서는 "미국의 금융 지원 약속이 없었다면 자유전진당은 참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개입을 두고 아르헨티나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세가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미끼로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는 것은 주권 침해이자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강력히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중 잣대라는 비난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군사 압박과 브라질 관세 폭탄... 남미 전역 긴장
트럼프 행정부의 남미 개입은 아르헨티나에 그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앞바다에는 미군 항공모함과 구축함, 상륙부대까지 배치돼 있다. 명목은 마약 선단 격퇴지만, 이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노골적인 군사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미군 내부에서조차 "닭 잡는데 소 잡는 도끼를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한 전력 배치다.
브라질에 대해서는 50%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극우파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로 전 대통령이 쿠데타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자, 이를 부당하다며 브라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과도한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미국 의회에서 제기됐고, 공화당 일부 의원들까지 반기를 들어 의회에서 관세 폐지 의결이 나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남미 압박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남미 개입 배경에 중국 견제가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중남미 좌파 정권들과 접촉을 강화하며 일대일로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의 뒷문이라 할 수 있는 남미 지역까지 확대될 경우, 아메리카 대륙 내에서 미국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중국이 남미 국가들과 항구 임대나 조차 협정을 맺거나, 카리브 해에 군항이나 기지를 건설할 경우 미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 좌파 정권들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우파 성향의 밀레이 정권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막대한 지하자원에 대한 경제적 계산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르헨티나는 우라늄, 리튬, 희토류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까지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특히 희토류 매장량이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지질광업청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확인된 희토류 매장량만 19만톤(t)이 넘고, 잠재적 자원까지 합치면 33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유사시 희토류 공급을 차단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대체 공급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 정도 양이면 군사용 희토류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은 현재 호주, 베트남 등과 희토류 협약을 맺고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이들 지역이 대부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어 유사시 미국까지 운송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신속한 운송이 가능하다. 친미 반중 성향이 강한 밀레이 정권을 통해 희토류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필요에 따라 선거개입하나…동맹국들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초 일론 머스크가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을 공개 지지한 것도 논란이었지만,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 정당에 투표하면 금융 지원을 해주겠다고 공언한 것이어서 파장이 더 크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민주주의 위협이라며 강력히 비판해왔다. 최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몰도바 총선에 요원을 파견해 친러 후보를 지원하고 돈을 뿌린 것을 두고 국제적 비난을 주도했다. 그런 미국이 러시아와 똑같은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각국에서는 미국의 선거 개입이 아르헨티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선거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반미 성향이거나 중국과 친한 정권의 경우 미국이 의도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무너뜨리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이런 방식으로 각국 내정에 개입할 경우 외교적 마찰이 커질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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