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탄소세 도입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이 다시 한번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해 배출량을 줄이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려는 환경세다.
전기와 가스를 사용하고, 자동차를 운행하며, 난방하거나 물건을 만들고 쓰는 등 우리의 일상과 산업 활동 전반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렇게 남는 것이 바로 '탄소발자국'이다.
기후위기 완화는 전 지구의 공통 과제이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세금으로 환산하는 방식은 낯선 제도가 아니다. 2024년 기준 세계 39개국이 이미 시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스위스에서는 탄소가 배출될 원료 등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세수의 절반은 산업 보전, 나머지는 국민에게 나눠준다"며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확인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탄소 감축과 세입 확보, 환경과 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유류세 일부를 탄소세로 전환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13조7000억원의 세수 효과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ETS)를 운영 중이다. 2024년 기준 36개국이 ETS를 도입했고, 유럽에서는 탄소세와 병행 운영하기도 한다.
ETS는 발전소나 제조기업 등 대규모 배출원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정하고, 그 안에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시장 기반 감축제도다. 기업은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추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체 배출량을 줄이려는 구조다. 다만 제도 설계와 운영이 복잡하고, 실질적인 감축 유인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는 허용 총량이 넉넉하고 거래가격도 낮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감축 노력보다 시장 매입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생에너지 투자나 공정 혁신보다는 단기적 '배출권 구매'로 목표를 맞추는 셈이다. 이런 한계가 바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배출권거래제 강화를 언급한 배경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거래 활성화보다 감축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도록 설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기존 제도 보완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출 구조 전반을 손보는 동시에, 집행이 단순하고 적용 대상이 넓은 탄소세 도입이 매력적인 카드로 떠오르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누가 탄소세를 부담하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탄소세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탄소를 많이 배출한 쪽이 더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 기반 세금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배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소비자는 오른 물가를 감당해야 한다.
탄소세가 유류세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서민 가계는 즉각적인 압박을 받는다. 기후위기 대응의 명분은 분명하지만 그 비용의 후폭풍은 소득 하위 계층에 더 가혹하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은 "탄소세가 기존 에너지세·환경세와 별도 체계로 도입될 경우 조세 부담이 급증하고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물가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대응의 비용을 모두가 나누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부담의 방식과 재정의 재분배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탄소세 수입은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확대, 고효율 냉난방·전기차 전환 지원, 지역 기반 기후 적응 인프라 확충 등에 재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소세가 '벌금'이 아니라 '보상'으로 작동할 때, 사회는 기꺼이 기후의 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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