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兆 '국가급' 공룡 국민연금
환율전선에도 등판
외환스와프로 환율 안정에도 기여
세계 연기금 2위…체급 자체가 전략
'안전'에서 '효율'로…유연한 전환 시도
수익률 준수하지만 정치적 그늘 드리우기도
지난해 말 계엄 정국으로 불안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86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공단(NPS)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6개월 만에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렸다. 통상 외환 스와프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쓰는 거시경제안정 도구지만 이번에는 국민연금도 등판했다. 단순히 연금 운용기관을 넘어 국가 경제의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례였다.
자산 규모 1300조…한국 GDP 절반 넘어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총 1322조원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2556조원의 절반을 넘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들의 시총을 모두 더해도 국민연금 총자산보다 1000억원 이상 적다. 국내 2위 규모 연기금인 교직원공제회의 총자산과는 20배 가까운 격차다.
세계 연기금 시장에서도 최상위권 규모다. 세계 연기금 평가기관인 글로벌 SWF에 따르면 운용자산 기준 국민연금의 덩치는 일본공적연금(GPIF)에 이어 세계 2위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차별점은 덩치가 전략 그 자체라는 점이다. 1~2%의 비중 조정만으로도 수십조 원이 움직이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거대 규모는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산 1000조원이 넘으면서 단기 매매나 시장 타이밍을 노리는 전략은 쉽지 않다. 벤치마크 중심의 운용체계 때문에 초과수익보다는 안정적 수익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인사 개입 논란, 세대 간 형평성 문제 등 비(非)재무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리스크 확대 선언'…위험자산 비중 늘려
과거 국민연금은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추구했지만 지난해 새로운 자산 배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전년 말 56%에서 65%로 늘리기로 했다. 자산군 간 칸막이를 허물어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서 배분 체계를 위험자산(주식·대체투자) 65%, 안전자산(채권) 35% 등으로 단순화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기금 고갈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더 이상 '안전'만으로는 미래를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최근의 사모펀드(PEF) 투자 손실 논란이 국민연금의 공격적 전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에 투자하면서 불거진 약 9000억원(공정가치 기준) 규모의 손실 가능성이 지적됐다. MBK파트너스가 운용사(GP) 몫을 포기하면서 분투하고 있지만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손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MBK 파트너스의 두 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투자한 원금 총액이 3347억 원, 회수금 총액은 7741억원으로 일부는 회수가 된 상태다.
작년 수익률 해외 연기금보다 높아…국내 주식 확대 놓고 논란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체 운용수익률 15.32%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기금 운용에 따른 수익금은 15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급여지급액 44조원의 3배가 넘는다. 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8.2%의 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등이다. 일본 GPIF 14.2%, 캐나다연금투자(CPP) 14.2%,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9.1%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을 모두 앞질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성과조차 정치권의 논란에 묻히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연금 운용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기금운용의 독립성 훼손을 경고했다. 시장 안정과 운용 독립성이라는 이중의 요구에 서 있는 셈이다.
기금 고갈 가능성은 여전히 국민 불안을 자극하는 최대 이슈다. 수익률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보험료율 인상·수급 구조조정 등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300조원 자산의 거인이 어떤 전략을 세우는지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의 방향뿐 아니라 국민의 노후 안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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