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공식 가입된 동티모르, 총리 눈물
포르투갈·일본·인도네시아 등에 지배 당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독립 과정서 도움 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취재진 앞에 선 백발이 무성한 한 노인이 눈물을 터뜨렸다. 이 노인의 정체는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동티모르의 샤나나 구스망 총리로, 이날 정상회의에선 11년 만에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이 공식 승인됐다.
인구 140만명의 작은 국가인 동티모르는 전쟁, 침략, 식민지배로 얼룩진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지배당했으며, 21세기 들어 해방된 최초의 국민 국가이기도 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동티모르인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다.
외세 침략으로 얼룩진 역사…11년 만에 아세안 가입
동티모르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가입돼 11번째 아세안 국가가 됐다. 앞서 동티모르는 2011년 아세안 가입을 신청했으며, 2022년 만장일치로 가입을 승인받은 바 있다.
정식 가입이 발표된 이날 구스망 총리는 취재진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연설문을 발표했다. 그는 "수백 년간 고통을 견딘 우리 국민들의 이름 없는 희생 덕분에 꿈이 실현된 것"이라며 "무역과 투자로 막대한 기회를 가져올 새 시작이다"라고 전했다.
동티모르는 1인당 국가총생산(GDP) 1491달러(약 212만원)로 동남아시아 최빈국에 속한다. 역사는 거듭된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점철됐다. 1702년부터 20세기 초까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으며, 1942년 태평양 전쟁 당시 약 3년 반 동안 일제에 점령당했다. 포르투갈의 민주화를 촉발한 1974년 '카네이션 혁명'의 여파로 포르투갈 정부가 식민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면서 독립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1975년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침공으로 일방적으로 합병돼 24년간 또 외세에 지배받았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군은 동티모르인을 잔혹하게 처형·학살했다.
동티모르인들은 무장 조직인 '동티모르민족해방군(FALINTIL·팔린틸)'을 결성해 인도네시아에 대한 끈질긴 저항을 지속해 왔고, 1999년 주민투표로 독립 의사를 확인, 2002년 5월20일 결국 독립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구스망 총리 또한 팔린틸의 총사령관을 맡아 저항을 이끌었던 군인 출신으로, 동티모르의 초대 대통령직을 맡기도 했다.
韓과도 인연…김대중 정부 시절 도와
동티모르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도 동티모르를 보호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동티모르 유혈 사태를 주요 안건으로 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행보에 나섰다. 당시 그는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한·미·일 3자 정상회담 때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동티모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같은 해 9월 UN이 동티모르의 독립 지원을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을 때 국군 또한 상록수 부대를 파견, 치안 유지 임무를 맡았다. 상록수 부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동티모르에서 치안 확보, 의료 봉사, 구호품 전달 등 활동을 펼쳤다.
동티모르의 독립 이후 한국 정부는 동티모르를 주권 독립 국가로 승인했으며, 이후 현재까지 우호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한국인 최초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노벨위원회는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티모르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점도 높게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통령 또한 노벨상 수락 연설에서 "아시아는 민주적 뿌리가 있고, 아시아가 이를 채택하면 훌륭하게 기능한다"며 "동티모르도 주민들이 혹독한 학살, 탄압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가지고 독립을 지지하는 투표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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