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추진잠수함 승인 계기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도 의제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부담 줄고
핵연료 전주기 기술 확보 계기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 촬영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전격 승인함에 따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및 후속 논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한미 군사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도록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한 데 대한 화답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2015년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한미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서면 협의를 통해서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미국이 한국에 농축을 허가한 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또는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원자력 협정 관련 논의가 의제에 올라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9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원자력 협정은 기존 협의를 통해 일정한 방향성에 대한 양해가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주 강력하게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팩트 시트'에도 한미 원자력 협정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韓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될 듯
2015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의 유효 기간은 20년으로 오는 2035년 만료된다. 아직 10년의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협의에서는 전면적인 개정보다는 기존 협정의 틀 안에서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재처리 및 농축 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일본은 20% 미만 농축과 재처리를 미국이 이미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연구 목적으로만 미국과 공동으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공정) 방식의 재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재처리할 경우 플루토늄과 우라늄235, 우라늄238 등 핵종 물질들이 혼합된 상태로 추출되기 때문에 핵확산 위험이 덜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핵확산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화학 공정을 이용한 습식 방식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한다. 이 방식으로는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전처리, 전해환원, 전해정련, 전해제련 등 4단계 과정을 거친다. 이중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는 전처리와 전해환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그 이후 단계의 연구는 미국과 공동으로 진행하게 돼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 후속 논의에서는 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확대되면 현재 포화 상태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가 포화된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폐기물의 양을 이론상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또 기술적으로는 재처리한 물질을 다시 원자력발전소의 원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확대된다면 추출 물질을 핵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 처리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연구실이 아닌 실제 상용화할 수 있는 공정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전 연료 전주기 기술 확보…한미 관계 신뢰 공고 의미"
농축 권한을 확대할 경우 전량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하는 핵연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우라늄 원광을 수입한 뒤 이를 프랑스, 러시아, 미국 기업을 통해 농축해 일명 옐로케이크(우라늄235를 약 5%로 농축한 상태) 형태로 다시 들여오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농축 우라늄은 한국원자력연료주식회사에서 원전에 장전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최근 원전이 확대되면서 우라늄 수요가 증가해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연료 수급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소듐냉각고속로 등 차세대 원전에 사용하는 핵연료인 HALEU를 생산할 수도 있게 된다.
정동욱 교수는 "한국의 농축과 재처리 권한이 확대되면 대외적으로 한미 간 신뢰가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그동안 부족했던 핵연료의 전주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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