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스타트업 필독法
비상장 스타트업이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상장(IPO) 의무 조항은 거의 예외 없이 포함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연달아 선고한 두 건의 판결은 이 상장 의무 조항의 법적 성격을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로 해석했다. 즉 피투자회사가 상장을 반드시 달성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에 따라 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것이다.
상장은 단순히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이뤄지는 절차가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심사, 회계 감사, 시장 전망, IR 대응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불확실한 절차이다. 실제로 해당 사건의 피투자회사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시장 상황이 악화돼 상장 추진에 장애가 있었던 점이 인정됐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순히 상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위반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투자계약에는 종종 상장에 실패한 경우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도록 하는 손해배상 조항이 포함되는데 법원은 이 조항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유는 상장 실패와 무관하게 특정 투자자에게 유보이익을 우선 배분하도록 하는 구조가 다른 주주들과의 형평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것이다. 이는 상법상 주주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즉 실질적으로 특정 주주에게 절대적인 회수 보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주주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상장 의무를 수단채무로 손해배상 조항을 주주평등 원칙 위반으로 본다고 해서 투자자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판례에서 '조건부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조항을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모두 투자 계약상 정해진 적격 IPO 완료 기한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피투자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주주 또는 대표이사)에게 매도할 수 있는 권리, 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타트업의 투자 계약상 상장 의무 조항은 단순한 법률 조문을 넘어서 투자자의 회수 전략과 피투자회사의 책임 사이에 놓인 균형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번 판결들은 법원이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보여주며, 단순히 '결과를 보장하는 조항'이 아니라, '노력을 요구하는 조항'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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