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ETRI 연구센터장 인터뷰
AI 세수 추계 개발 연구 맡아 추진

가상경제 동기화 시스템 개발 목표
여러 정책 실험 가능한 토대 마련

"제대로 된 데이터 공급이 핵심"
향후 고용·복지 분야 활용 전망도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세수 오차가 이어졌던 가운데 정부가 인공지능(AI) 기반의 고정밀, 실시간 세수 추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이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이다. 이 센터장은 "현실과 유사하게 돈이 흘러가는 가상 세계를 만들고, 이곳에서 세수를 예측하고 관련 정책을 실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시범 연구를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 과제 수행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법인세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와 같은 다른 세목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필수 연료인 데이터 확보가 필수지만 개인정보 보호, 보안 등의 이유로 데이터 입수가 어렵고 사일로(칸막이) 현상이 생기는 점은 어려움으로 꼽았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이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이 24일 대전 ETRI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평화 기자

이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이 24일 대전 ETRI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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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세수 추계 AI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게 됐나.


▲ETRI에서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연구실장으로 있던 2020년쯤 차세대 디브레인(dBrain·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사업을 하던 기획재정부에서 AI 기술을 예측에 활용하기 위한 자문 요청을 받았다. 이때 선행 연구 성격의 작은 프로젝트를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해 4월부터는 9개월 동안 세수 추계에 대한 선행 연구를 수행했고, 본격적으로 AI 기반 세수 추계 연구개발(R&D) 과제를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건가.


▲ICT와 AI 기술을 결합해 현실이랑 유사한 가상 경제가 계속 동기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서 다양한 정책 실험을 하거나 예측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현실이랑 가장 유사하게 돈이 흘러 다니는 가상 세계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 기술과 설명 가능한 시계열 예측 기술을 통해 월 단위 적시성을 보장하면서 특정 기업이 세수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정밀도를 지닌 AI 세수 추계 시스템을 만든다는 목표를 뒀다. 현재는 AI 세수 추계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예측에 도움이 되는 기업 단위의 예측 결과 등을 기재부에 공유하고 있다. 정부가 세수 예측치를 발표하기 전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을 텐데 AI도 일종의 전문가로서 역할 하는 셈이다.


-세목 중에서도 법인세에 주목한다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법인세를 콕 집어 시작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세목에서 예측 적시성과 정확성을 단번에 높이기가 어려우니 국가 차원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법인세를 먼저 본 거다. 당시 법인세 오차가 컸기도 해서 법인세를 빠르게 추정하는 연구부터 하자고 했다.


-법인세는 다른 나라에서도 오차 있는 세목으로 꼽힌다. 반도체를 포함해 주요 기업 실적을 예측하는 게 어려워서라고 하던데.


▲우리의 타깃은 알지도 못하는 먼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다. 현시점에서 관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입수해서 그 데이터를 갖고 빠르게 추정하는 고정밀의 실시간 세수 추계를 하는 것이 목표다.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발생하다 보니 비정형 데이터도 나오기 마련인데, 이걸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AI밖에 없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더 마이크로한, 적시성 있는 데이터를 입수해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법인세 외 다른 세목 연구도 염두에 두고 있나.


▲소득세나 부가세에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이 부분은 진행하면서 정책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사안에 맞게 조정할 예정이다.


-연구가 완성되는 시점은.


▲전체 연구 과제 기간은 5년이고 올해가 첫해다. 연초에는 올해 법인세에 적용해 보면서 다른 세목으로 확장 가능한지를 보고, 내년에 실행하려는 플랜을 세웠다. 현재까지는 예상했던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 적용한 기법을 좀 더 강화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중이다. 앞으로 다른 세목에 적용하려면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양질의 연구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향후 5년간 적시성과 정밀도를 높인 모형으로 갈 수 있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


▲우리가 보통 AI를 떠올릴 때 어떤 문제든 주어지기만 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데, 핵심은 AI에 제대로 된 연료(데이터)를 공급하는 것이다. 앞단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바라보게 하고 적시에 정제해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정부 정책을 위한 과제를 하고 있음에도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 바라보는 데이터 중 과거 시점의 정답지에 가까운, 입수 가능한 고해상도 데이터가 있음에도 개인정보 보호 등 각종 문제로 접근조차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행정 데이터는 각 부나 과 단위로 별도 양산돼 발생하는 데이터 사일로 문제가 있다. 또 정부 데이터의 경우 정제되지 않은 추상화한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생산하는 자료, 문서의 75~80%가 AI에 적용할 수 없는 데이터라고 하지 않나.


-궁극적인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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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실시간 데이터를 빠르게 입수해서 신속하게 추정하는 일을 하지만 결국 정부에서 하고 싶은 건 특정 정책을 입혔을 때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거다. 그리고 국가 정책 차원에서 세수 등을 보려면 단편적인 부분만 봐선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전체 국가를 해상도 높게 만들어 실제 데이터를 입히고 그 안에서 정책을 구현했을 때 시점에 따른 변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향후에는 세수, 재정뿐 아니라 고용이나 복지, 환경 분야까지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대전=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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