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보좌관들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더 잘 찍어달라는 듯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찍은 동영상은 유튜브의 쇼츠 영상으로 편집됐다. 편집된 영상에는 후원금 모집을 위한 안내문이 들어가기도 한다. 강성 지지자들의 환심을 사고, 후원금까지 모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 의원을 비방하는 것은 기본이다. 욕설과 막말까지 등장한다. 이런 장면은 올해 국감에서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일같이 벌어진 난장판 국감에서 의원들은 '나 잘 싸우고 있소'라는 홍보용 쇼츠를 만들기에 혈안이 됐다.
지난 13일에 시작한 올해 국감은 일부 상임위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진행된 국감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은 모두 '민생 국감'을 외쳤다. 그러나 국감 첫날부터 정책 검증이나 행정부 감시는 뒷전이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앉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곧바로 정쟁에 휩싸였다. 대법원장을 조롱하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국감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은 수시로 반복됐다. 저급한 언어들이 의원들 입과 문자로 오갔다. 사법부와 행정부 위에 군림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는 이도 있었다. 어떻게든 눈에 띄려고 작정한 듯 보였다. 과거 국감에서도 우리 편에 유리한 대로 몰아붙이는 경우는 많았지만, 논리 없이 윽박만 지르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올해 국감은 어떤 기억을 남겼나.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논리정연하게 질타한 의원들인가. 아니면 자기 홍보에만 열을 올린 의원들인가.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인에게는 본인 부음 기사를 빼고는 모든 뉴스가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대중들의 뇌리에 정치인의 이름이 기억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원 실명을 쓰지 않았다. 이 역시 그들의 노이즈 마케팅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해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하는 자기 홍보 쇼츠는 강성지지자들로부터 박수받을지라도 나머지 많은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 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도 '남는 장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강성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선명성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이번 국감이야말로 장사하기 좋은 공간이 됐다. 장(場)이 선 셈이다.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 비판적으로 다룰 만한 것들도 SNS에서는 오히려 실적이 된다. 전사나 투사로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자기 홍보를 하는 것에도,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에도 금도(襟度)가 있는 법이다. 금도를 벗어난다면 분명하게 경고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국감에서는 쇼츠 장사가 더 횡행할 것이 분명하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번 국감에서 여러 의원이 국정 감시라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른바 '큰 거 한방'은 없을지라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한 이들이다. 그래서 우리 정치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우리는 올해 국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감에서 본인 장사하기 바빴던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 나온다면, 그의 언행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지방정부의 리더가 될 만한 인물인지 선택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다.
조영주 정치사회 에디터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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