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K팝 진출 전망…콘진원 LA센터 보고서 발간
미국 내 K팝 성장률 7~15%…홍콩 등 신흥시장 비해 낮아
요인은 콘텐츠 회전율 저하…팬덤 강할수록 외부 확산 약해
K팝은 이제 '하나의 장르'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개척한 세계 시장의 길 위에서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가 질주하며, 미국 음악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도달이 곧 정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트리밍 성장세 둔화, 팬덤 집중, 산업 구조의 불균형이 K팝의 다음 도약을 막고 있다.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로스앤젤레스(LA) 비즈니스센터가 발표한 '미국에서의 K팝 진출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K팝은 여전히 성장 중이지만 속도는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美 음반 시장 매출 사상 최고치…성장과 불균형의 교차점
올 상반기 미국 음반 매출은 56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트리밍 비중은 84%로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료 구독 계정은 6.4%, 구독 매출은 5.7% 늘었다. 중심이 '소유'에서 '접속'으로 이동하면 음악은 더 넓게, 더 빠르게 소비된다. K팝은 이런 구조에서 세계적 노출을 얻었지만, 장르별 편차가 커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팬덤이 강한 장르는 살아남지만, 대중 경로는 좁아진다.
실물 음반에서도 마찬가지다. K팝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상반기 미국 CD 판매 10위권에서 다섯 장이 K팝 앨범이다. 전체 실물 음반이 5.9% 줄어든 가운데 홀로 성장세를 보였다. 충성 팬들의 집중 구매에 기댄 결과다. 미국 K팝 팬의 82%가 '매일 듣는다'고 답했다. 80%는 여성이며, 대부분 Z·밀레니얼 세대다. 주 이용 플랫폼은 유튜브(87%)와 스포티파이(75%)로 집중됐다. 여전히 기반이 좁다.
공연도 다르지 않다.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블랙핑크 등의 투어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관객은 LA,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에 몰렸다. 미국 중부나 남부 진출은 제한적이다. 수익은 기록을 세우지만, 저변은 함께 커지지 못하고 있다.
美서 K팝 성장률 7∼15% 전망…신흥시장보다 낮은 수준
콘진원은 올해 미국 내 K팝 성장률을 7~15%로 전망한다. 글로벌 음악 평균을 웃도는 '프리미엄 성장세'지만, 베트남, 홍콩 등 신흥지역보다 낮다. 속도가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
원인은 인기 하락이 아니다. 무엇보다 스트리밍이 한계에 이르렀다. 포화 상태라서 추가 진출이 어렵다. 신작 출시가 줄어 회전율도 낮아졌다. 데이터 분석기업 루미네이트와 PwC는 "신곡 발매 감소가 콘텐츠 회전을 늦추고, 신작 중심의 K팝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청취자 취향이 2000년대 초 팝 사운드로 회귀하면서 K팝이 강조해온 '새로움'의 매력도 약화했다.
팬덤의 내향화는 호재가 아니다. 디스코드, 레딧, 왓츠앱, 트위치 등 폐쇄형 커뮤니티(팬들끼리만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팬 활동이 강화될수록 외부 대중과의 접점은 줄어든다. 콘진원 보고서는 "K팝 팬덤은 독립체를 형성했지만, 그 안에 갇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팬층의 결속이 강할수록 대중 확산은 느려진다는 역설이다.
라디오·팝 에어플레이(방송 송출) 장벽도 여전하다. 제니의 '라이크 제니'가 팝 라디오 차트에 진입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런 사례는 아직 예외적이다. 미국에서 라디오는 대중성의 주요 경로다.
K팝 과제는 '속도'가 아닌 '확산'…"노출 빈도 높여야"
K팝이 이룬 성과는 분명하다. 스트레이 키즈는 앨범 일곱 개로 '빌보드200' 1위에 올랐고, 세븐틴은 상반기 글로벌 투어 수익 3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은 '빌보드 핫100'에서 6주 연속 1위를 달리며 IP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산업은 '팬덤?스트리밍?대도시 투어'라는 좁은 삼각형에 갇혀 있다. 이는 매출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확장 탄력을 떨어뜨린다. 한정된 층을 대상으로 한 반복 소비가 이어질수록 전체 성장률이 낮아진다.
이제 K팝의 과제는 '속도'가 아니라 '확산'이다. 콘진원 보고서는 신곡 출시 주기를 줄이고, 협업·OST 등 다양한 포맷으로 노출 빈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영어권 리스너를 겨냥한 라디오 친화적 믹싱(음원 편집)과 편곡을 강화하고,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밈(짧은 영상·이미지 유행 콘텐츠)과 챌린지를 오픈 플랫폼으로 전파해 비(非) 팬층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공연에서도 대도시를 벗어나 중형 도시를 연결하는 투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 K팝에 필요한 건 더 큰 함성이 아니라, 더 멀리 퍼지는 울림이라는 이야기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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