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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3+3+3 임대차법, 선의가 시장을 옥죄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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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3+3+3 임대차법, 선의가 시장을 옥죄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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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현행 2+2년 임대차 제도를 3+3+3년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강화하고 잦은 이사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선의의 보호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 이후 시장은 예측 불가능성에 흔들렸고, 전세 물량 감소와 임대료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그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시장의 신뢰를 한층 더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주택 공급 감소,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 물론 어느 한쪽의 관점으로 제도의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기 어렵다. 주택 시장은 경제 상황, 금리, 공급 정책, 인구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의 사례는 지나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임대료를 엄격히 통제해 임차인의 안정성을 보장했지만, 그 대가로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 임대료보다 낮은 가격이 유지되자 신규 공급이 줄었고, 임대주택을 얻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는 암시장까지 형성됐다. 영국도 한때 '공정임대료(Fair Rent)' 제도를 시행했으나, 임대 수익이 줄자 임대인들이 시장을 떠나 주택 공급이 급감하자 1989년 임대료를 자율화했다. 2020년 독일 베를린의 '5년간 임대료 동결'도 비슷하다. 신규계약이 줄고 시장의 큰 혼란을 우려해 2021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 임차인 보호를 강화했지만, 전세 물량 감소와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겪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해당 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적 정당성이 곧 경제적 타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시장은 제도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 큰 비용을 치렀다. 이번 3+3+3 제도가 시행되면 파장은 더 클 것이다.


첫째, 9년 거주 보장은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 매매 계획이 있는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장기간 집을 거래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임대인은 불확실한 장기 계약에 대비해 최초 계약 시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일부 세입자만 혜택을 보고, 신규 임차인은 더 비싼 임차료를 감당해야 한다.


셋째, 다주택자의 임대시장 이탈로 공급이 줄면 전세와 월세 모두 부족 현상이 심화한다. 상당수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포기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한다. 수익성과 유연성을 잃은 임대시장은 점차 공급자의 회피 시장으로 변한다.


결국 핵심은 '기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장 신뢰'다.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하려면 임대인이 지속해서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하지만 3+3+3 제도는 그 유인을 정면으로 훼손한다. 선의의 제도가 시장 참여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들은 시장을 외면하고 법을 회피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정부가 정말 세입자의 안정을 원한다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유인 구조의 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기 임대를 하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저소득 임차인에게는 임차료 보조나 공공임대 확대를 통해 실질적 안정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으로 시장을 제압하기보다 신뢰로 시장을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주무르겠다는 인상은 매우 위험하다.


'3+3+3'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의 착시 뒤에는 공급 위축, 가격 급등, 그리고 시장의 피로가 숨어 있다. 주거 안정의 해답은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균형의 회복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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