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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국가는 어떻게 부유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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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 던진 힌트
성장 공식의 변화…기술·인적 자본·제도의 교차

[THE VIEW]국가는 어떻게 부유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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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가난할까.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근대 경제학의 시초는 바로 이 질문들에서 비롯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시작으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이 질문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번 달 발표된 노벨 경제학상 또한 이러한 질문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선정되었다. 그렇다면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국가의 부와 경제 성장을 어떻게 설명해왔는지 그 계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전 국부론'은 18~19세기 경제학자들의 국가 부(富)에 대한 이론을 일컫는다. 애덤 스미스는 분업과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율적 시장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유무역을, 토머스 맬서스는 자원과 인구의 상대적 비율을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설명했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로버트 솔로의 연구가 경제 성장 이론을 주도하게 된다. 소위 '솔로 모델'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기술의 발달을 경제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즉, 잘 사는 나라는 기술 진보가 활발히 이루어진 나라이며, 가난한 나라는 기술 발전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솔로는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솔로의 이론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왜 어떤 나라에서는 기술이 발전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솔로의 모델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국가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부재했다. 이후 경제학계는 정책적 함의를 담은 다양한 성장 이론으로 방향을 확장하게 된다.


로버트 루카스와 게리 베커는 '인적 자본의 축적'을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국가가 교육을 통한 지식 축적을 장려해야 경제가 성장한다. 또 다른 학파는 국가 및 사회적 제도를 성장의 근본 요인으로 강조했다.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고, 그 성과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투자와 노동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 성장 이론의 흐름은 다시 '기술 발전' 중심의 논의로 회귀하고 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그리고 올해 수상자인 아기옹·하윗·모키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의 발전이 외부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내부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다만 이들 사이에도 차이는 있다. 폴 로머는 사회 전체의 지적 자본 축적(예: 신상품 개발)이 기술 발전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공존한다고 보았다.


반면 올해의 수상자들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기술 발전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제시했다. 창조적 파괴란,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기업 간 경쟁 속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그 결과 기존 기술과 제품이 새로운 혁신에 의해 대체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일정 기간 독점적 이윤을 누릴 수 있지만, 이후 또 다른 혁신 기업이 등장하면 그 지위는 무너진다.


창조적 파괴 이론은 국가 정책에 두 가지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첫째, 경제의 개방성과 경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기술 혁신이 활발히 일어난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는 보호무역·고관세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기술 혁신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기존 기술에 익숙한 노동자는 혁신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산업 전환을 겪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이들이 실업 기간에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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